"악은 인간 내면서 비롯…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발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심리학자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번역 출간
"인간 본성의 최악의 측면은 집단을 구성할 때, 특히 그 집단이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주창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욕망에 따라 결집할 때 본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
미국의 심리학자인 존 M. 렉터는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교유서가)에서 인간의 행동 가운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악행에 관해 주목한다.
저자는 "악은 인간 내면에서 비롯되는데, 최악의 잔혹 행위는 잔혹한 이념을 가진 집단과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할 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이 다양한 층위에서 타인을 대상화한다고 말한다.
대상화란 타인을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으며 존경과 공경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사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현상인데, 다름의 본질을 이해할 때 이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 종교학 등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경험 또는 대중에게 친숙한 사건을 언급하며 대상화가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적·무의식적 활동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살핀다.
대상화의 본질과 대상화로 인해 초래되는 악에 관해서는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한다.
저자는 우선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을 언급하며 인간의 고유한 특성과 이러한 특성이 문제를 야기하는 방식을 언어, 자아의 경계, 나르시시즘 등의 용어를 이용해 설명한다.
언어와 문자가 인류가 습득한 것 중 가장 위대한 도구라고 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막대한 고통을 주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게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펼친다.
저자는 또 대상화에 기여하는 상황적 요인을 살필 때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처하게 되는 환경과 이러한 상황이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에 관해서는 터키 출신 사회심리학자인 무자퍼 셰리프가 '자동운동효과'로 불리는 현상을 활용해 집단의 기준에 대한 개인의 순응도를 측정한 실험, 셰리프의 실험에서 개인에게 다른 자극을 주고 집단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조건을 변경한 폴란드 출신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의 실험 등을 예로 든다.
저자는 이 실험 내용을 토대로 상황의 영향력이 종종 개인의 영향력을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또 특정 맥락에서는 해로운 상황이 개개인의 일반적인 성향, 성격 특성, 개성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수많은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됐다고 덧붙인다.
책은 또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앨버트 밴듀라의 동물화 실험 등도 소개하며 상황이 유발한 대상화에 관해 설명한다.
물론 저자는 대상화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새로운 발견이나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연구와 실례를 중심으로 큰 틀을 제시하고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도출된 통찰들이 만나는 접점과 방향성을 일깨우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양미래 옮김. 448쪽. 2만8천원.
/연합뉴스
"인간 본성의 최악의 측면은 집단을 구성할 때, 특히 그 집단이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주창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욕망에 따라 결집할 때 본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
미국의 심리학자인 존 M. 렉터는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교유서가)에서 인간의 행동 가운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악행에 관해 주목한다.
저자는 "악은 인간 내면에서 비롯되는데, 최악의 잔혹 행위는 잔혹한 이념을 가진 집단과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할 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이 다양한 층위에서 타인을 대상화한다고 말한다.
대상화란 타인을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으며 존경과 공경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사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현상인데, 다름의 본질을 이해할 때 이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 종교학 등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경험 또는 대중에게 친숙한 사건을 언급하며 대상화가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적·무의식적 활동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살핀다.
대상화의 본질과 대상화로 인해 초래되는 악에 관해서는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한다.
저자는 우선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을 언급하며 인간의 고유한 특성과 이러한 특성이 문제를 야기하는 방식을 언어, 자아의 경계, 나르시시즘 등의 용어를 이용해 설명한다.
언어와 문자가 인류가 습득한 것 중 가장 위대한 도구라고 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막대한 고통을 주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게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펼친다.
저자는 또 대상화에 기여하는 상황적 요인을 살필 때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처하게 되는 환경과 이러한 상황이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에 관해서는 터키 출신 사회심리학자인 무자퍼 셰리프가 '자동운동효과'로 불리는 현상을 활용해 집단의 기준에 대한 개인의 순응도를 측정한 실험, 셰리프의 실험에서 개인에게 다른 자극을 주고 집단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조건을 변경한 폴란드 출신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의 실험 등을 예로 든다.
저자는 이 실험 내용을 토대로 상황의 영향력이 종종 개인의 영향력을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또 특정 맥락에서는 해로운 상황이 개개인의 일반적인 성향, 성격 특성, 개성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수많은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됐다고 덧붙인다.
책은 또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앨버트 밴듀라의 동물화 실험 등도 소개하며 상황이 유발한 대상화에 관해 설명한다.
물론 저자는 대상화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새로운 발견이나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연구와 실례를 중심으로 큰 틀을 제시하고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도출된 통찰들이 만나는 접점과 방향성을 일깨우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양미래 옮김. 448쪽. 2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