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윌리엄스·한화 수베로 이어 롯데 '지한파' 서튼 선임
출범 40년째를 맞은 2021년 프로야구는 격동의 시기로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다.

맷 윌리엄스(56) KIA 타이거즈,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이글스 감독이 사상 처음으로 복수(複數) 외국인 감독 시대를 열더니 최하위로 처진 롯데 자이언츠가 11일 시즌 30경기 만에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51) 퓨처스(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했다.

10개 구단 중 3개 구단이 이방인에게 지휘봉을 맡긴 유례없는 일이 올해 KBO리그에서 벌어진 셈이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2008년 KBO리그 첫 외국인 사령탑의 길을 개척한 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2017년 배턴을 물려받아 2018년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제 KBO리그 역대 이방인 감독은 5명으로 늘었다.

KBO리그보다 약 50년 일찍 프로를 시작한 일본프로야구에서 역대 외국인 감독이 9명인 점에 비춰보면 한국프로야구는 짧은 시간에 이방인 감독을 수혈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외국인 감독의 전성기는 보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마린스, 트레이 힐만 닛폰햄 파이터스, 테리 콜린스 오릭스 버펄로스 감독 등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절반을 지휘한 2007년이다.

로이스터를 앞세워 흥행과 성적 모두 대성공을 거둔 롯데는 팀의 방향성을 확실히 설정하고자 11년 만에 다시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KBO리그와 인연이 없던 윌리엄스, 수베로 감독과 달리 서튼 신임 감독은 2005∼2007년 현대 유니콘스(현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와 KIA에서 선수로 뛴 '지한파' 인사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서튼 감독은 2005년 홈런 35개, 타점 102개를 올려 두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2019년 말 롯데 퓨처스 감독으로 한국으로 복귀해 지도자로 KBO의 바뀐 흐름을 새로 경험했다.

구단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이유는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특유의 위계질서에 사로잡혀 선수와 지도자가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수직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팀에 새로운 문화를 이식하고자 외국인에게 기대를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감독의 편견 없는 선수 기용으로 팀의 체질이 몰라보게 바뀐 그간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로이스터, SK에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 힐만 모두 KBO리그에서 성공했다.

국내 지도자들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한칼'이 외국인에겐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두려움 없는 야구'로 롯데의 패배 의식을 단칼에 끊었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 모두 프로팀을 지휘한 힐만 전 감독은 데이터 활용과 선수단 소통에서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역대 한국에 온 선수와 지도자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윌리엄스 감독은 1군 경기 운영과 2군 육성을 사실상 모두 총괄하는 통합 사령탑으로 2년째 KBO리그를 지킨다.

수베로 감독은 철저한 수비 시프트로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불렀다.

이런 외국인 감독의 성공 스토리 덕분에 허문회 전 감독과 롯데 구단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부터 서튼 신임 감독은 새 사령탑 0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외국인 감독이 주어진 선수 자원을 활용해 팀 운용에만 집중하고 전력 보강 등 구단 고유 업무에는 개입하지 않는 점도 대세를 이루는 KBO리그 선수 출신 단장들이 선호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