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먹방] 공예관 옆 불고깃집…문경약돌한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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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 성분 있는 약돌 먹인 한우, 육질 부드럽고 고소해
경북 문경은 소 사료에 '약돌'이란 돌을 곱게 갈아 함께 먹인 '약돌 한우'가 유명한 고장이다.
고기 질이 부드럽고 촉촉하기로 이름이 났다.
문경새재 옆에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처럼, 공예전시관 옆에 자리 잡은 소 불고깃집이 있다.
문경새재 옆에 있는 문경약돌한우타운은 공예전시관과 건물을 함께 쓰고 있다.
90년대 한국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곳들이 조화를 이루며 영업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문경약돌한우타운은 문경시에서 지역의 명물 약돌한우를 홍보하기 위해 지은 2층짜리 건물이다.
건물 한쪽에는 문경 약돌한우 음식점을 내고, 한쪽에는 문경의 공예특산품을 전시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약돌한우타운이 들어선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1층에는 약돌한우타운과 공예전시관, 관광안내소가 나란히 붙어있고, 2층에는 약돌한우타운 개별 방으로 구성됐다.
약돌한우라는 이름이 생소했는데, 예로부터 문경에서는 약리 성분이 있는 거정석(페그마타이트)이라는 약돌을 이용한 민간요법이 발달했다.
남쪽에서는 문경약돌이, 북쪽에서는 '금강약돌'이 유명했는데, 평양 시내에서는 요즘도 금강약돌 음료수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문경에서는 강알칼리성(pH9)인 약돌을 소 사료에 빻아 먹인 '약돌한우'가 유명했다.
약돌 사료를 먹은 소들은 질병에 강해 그만큼 항생제를 적게 투여한다고 한다.
약돌은 신체를 알칼리성분으로 변화시키는 효능이 있고, 불필요한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줘 고기 맛을 담백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산대 앞에는 곱게 빻은 약돌 가루가 전시돼 있다.
실제 소에게 먹이는 약돌과 같은 것이다.
문경은 약돌한우 외에도 약돌 가루를 돼지에게 먹인 약돌돼지도 유명하다.
◇ 육회 안 먹는 사람이 육회를 먹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 식당으로 들어가니 자리가 다소 여유가 있었다.
창문 쪽으로 자리를 잡고 한우타운 한명우 이사에게 이 집의 대표 메뉴를 물었다.
육회란다.
난감했다.
개인적으로 육회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터라, 다른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이곳에서 육회를 안 먹으면 '팥소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육회 한 접시와 등심 한 접시, 문경약돌한우탕 한 그릇을 시켰다.
먼저 내 온 물병 아래에도 약돌이 잔뜩 깔렸다.
약돌은 물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육회 한 접시가 나왔는데, 젓가락으로 마지못해 한점 떠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맛보던 육회 맛이 아니었다.
어떻게 육회가 이렇게 신선하고 양념과 조화가 잘 이뤄지는지 놀라웠다.
특히 고소한 참기름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한 이사는 "일일이 손으로 고기에 붙은 기름기를 제거하기 때문에 질긴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집 육회는 1962년 경북 영천에서 시작한 '편대장영화식당'의 유명한 육회가 그대로 채용됐다.
육회가 맛있는 것은 그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육회는 미나리, 파 등에다 마늘과 간장, 참기름, 설탕, 후추로 간을 한다.
물론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또 갓 짠 참기름을 써 고소함을 더했다.
보통 육회에 들어가는 달걀도 쇠고기 맛을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
◇ 육회만큼 만족스러운 메뉴들 문경약돌한우탕은 문경시에서 미는 음식이라고 한다.
원래 가격이 1만3천원이지만, 점심 특선 가격은 9천원이다.
3천원을 문경시에서 지원해 주고 나머지 1천원은 식당에서 할인해 준다.
한 이사는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한우탕을 9천원에 팔면 밑지는 장사"라면서 "문경시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한 번쯤 맛보고 가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등심도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원플러스' 등급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투플러스'에 가까운 품질이라고 했다.
반찬은 간결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했다.
쇠고기를 먹을 때는 이 집만의 별미인 '무·미역 채'와 함께 먹는 것이 맛있다.
또한 멸치젓이 들어간 국산 김치 맛도 깔끔했다.
중국산 김치에 민감한 요즘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무·미역 채는 물회 소스와 비슷한 양념에 무와 미역이 채 썰어져 나온 것이다.
무와 미역을 쇠고기 한 점과 한 젓가락에 집어 먹으면 신선한 무와 미역의 맛이 연한 쇠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회를 올린 냉면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에 배가 너무 부른 상태였지만, 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신선한 육회 맛이 냉면의 식감과 잘 어울렸다.
배고플 때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듯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경북 문경은 소 사료에 '약돌'이란 돌을 곱게 갈아 함께 먹인 '약돌 한우'가 유명한 고장이다.
고기 질이 부드럽고 촉촉하기로 이름이 났다.
문경새재 옆에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처럼, 공예전시관 옆에 자리 잡은 소 불고깃집이 있다.
문경새재 옆에 있는 문경약돌한우타운은 공예전시관과 건물을 함께 쓰고 있다.
90년대 한국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곳들이 조화를 이루며 영업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문경약돌한우타운은 문경시에서 지역의 명물 약돌한우를 홍보하기 위해 지은 2층짜리 건물이다.
건물 한쪽에는 문경 약돌한우 음식점을 내고, 한쪽에는 문경의 공예특산품을 전시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약돌한우타운이 들어선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1층에는 약돌한우타운과 공예전시관, 관광안내소가 나란히 붙어있고, 2층에는 약돌한우타운 개별 방으로 구성됐다.
약돌한우라는 이름이 생소했는데, 예로부터 문경에서는 약리 성분이 있는 거정석(페그마타이트)이라는 약돌을 이용한 민간요법이 발달했다.
남쪽에서는 문경약돌이, 북쪽에서는 '금강약돌'이 유명했는데, 평양 시내에서는 요즘도 금강약돌 음료수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문경에서는 강알칼리성(pH9)인 약돌을 소 사료에 빻아 먹인 '약돌한우'가 유명했다.
약돌 사료를 먹은 소들은 질병에 강해 그만큼 항생제를 적게 투여한다고 한다.
약돌은 신체를 알칼리성분으로 변화시키는 효능이 있고, 불필요한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줘 고기 맛을 담백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산대 앞에는 곱게 빻은 약돌 가루가 전시돼 있다.
실제 소에게 먹이는 약돌과 같은 것이다.
문경은 약돌한우 외에도 약돌 가루를 돼지에게 먹인 약돌돼지도 유명하다.
◇ 육회 안 먹는 사람이 육회를 먹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 식당으로 들어가니 자리가 다소 여유가 있었다.
창문 쪽으로 자리를 잡고 한우타운 한명우 이사에게 이 집의 대표 메뉴를 물었다.
육회란다.
난감했다.
개인적으로 육회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터라, 다른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이곳에서 육회를 안 먹으면 '팥소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육회 한 접시와 등심 한 접시, 문경약돌한우탕 한 그릇을 시켰다.
먼저 내 온 물병 아래에도 약돌이 잔뜩 깔렸다.
약돌은 물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육회 한 접시가 나왔는데, 젓가락으로 마지못해 한점 떠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맛보던 육회 맛이 아니었다.
어떻게 육회가 이렇게 신선하고 양념과 조화가 잘 이뤄지는지 놀라웠다.
특히 고소한 참기름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한 이사는 "일일이 손으로 고기에 붙은 기름기를 제거하기 때문에 질긴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집 육회는 1962년 경북 영천에서 시작한 '편대장영화식당'의 유명한 육회가 그대로 채용됐다.
육회가 맛있는 것은 그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육회는 미나리, 파 등에다 마늘과 간장, 참기름, 설탕, 후추로 간을 한다.
물론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또 갓 짠 참기름을 써 고소함을 더했다.
보통 육회에 들어가는 달걀도 쇠고기 맛을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
◇ 육회만큼 만족스러운 메뉴들 문경약돌한우탕은 문경시에서 미는 음식이라고 한다.
원래 가격이 1만3천원이지만, 점심 특선 가격은 9천원이다.
3천원을 문경시에서 지원해 주고 나머지 1천원은 식당에서 할인해 준다.
한 이사는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한우탕을 9천원에 팔면 밑지는 장사"라면서 "문경시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한 번쯤 맛보고 가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등심도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원플러스' 등급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투플러스'에 가까운 품질이라고 했다.
반찬은 간결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했다.
쇠고기를 먹을 때는 이 집만의 별미인 '무·미역 채'와 함께 먹는 것이 맛있다.
또한 멸치젓이 들어간 국산 김치 맛도 깔끔했다.
중국산 김치에 민감한 요즘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무·미역 채는 물회 소스와 비슷한 양념에 무와 미역이 채 썰어져 나온 것이다.
무와 미역을 쇠고기 한 점과 한 젓가락에 집어 먹으면 신선한 무와 미역의 맛이 연한 쇠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회를 올린 냉면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에 배가 너무 부른 상태였지만, 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신선한 육회 맛이 냉면의 식감과 잘 어울렸다.
배고플 때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듯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