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농촌 곳곳 '아우성'…농민 '이중고' 가중 예고

"농번기 인력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자재 가격까지 치솟아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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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포기해야 할판" 일손부족·농자재값 인상에 농민들 '한숨'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서 벼와 고추농사 등을 짓는 50대 농민 김모씨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밭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없는 데다 농가를 도울 인력 확보마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농번기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더 힘들다"며 "사설 인력중개소를 통해 인력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너무 비싼 인건비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나마 있는 농촌지역 인력마저 늘어난 지자체 공공근로로 모두 빠져나가 인력난을 가중한다"며 최근 벼농사 못자리와 고추를 심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농사 포기해야 할판" 일손부족·농자재값 인상에 농민들 '한숨'
실제로 지난해 농번기 하루 6만∼6만5천원 가량하던 일당이 최근 9만5천∼13만원까지 두 배 가량 올랐다는 게 농민들 말이다.

홍천군 내면의 한 농민은 "매년 최고 품질의 오이 농사를 통해 높은 가격을 받아 왔는데 올해는 인력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20∼30%가량은 일손이 적게 드는 감자와 무 농사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랭지인 내면의 경우 3천200여 농가에서 농번기에 매년 3천여 명의 일손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본격적인 오이 농사철이 되는 6월을 앞두고 '일손대란'을 우려해 벌써 울상이다.

'설상가상' 최근 농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춘천의 한 농자재 판매장에 따르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농자재인 파이프의 경우 30%가량 올랐고, 농사용 필름 등 일부 자재도 10% 상승했다.

최근 청와대국민청원에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농사 포기해야 할판" 일손부족·농자재값 인상에 농민들 '한숨'
청원인은 "(봄이 일찍 찾아와 농번기가 시작돼) 중부지방은 4월 말이면 고추를 심어야 한다"며 "탄저병 등 병해충 때문에 고추농사는 노지재배가 점점 어려워 비닐하우스를 신축하는 농민들이 많은 데 올해는 대부분의 농촌에서 하우스 신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부터 비닐하우스 자재인 철 파이프 가격이 10%나 인상되고 물건을 내놓지 않는 매점매석이나 다름없는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적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초봄에 남쪽 지방에서 일하던 인력이 매년 이 시기 강원지역으로 오는데 비싼 인건비를 내더라도 제때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 폭설과 강풍 등으로 피해를 본 소규모 농가는 농자재 가격마저 크게 올라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농사 포기해야 할판" 일손부족·농자재값 인상에 농민들 '한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