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전남·강원 양구·제주에 수십여 점 전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수집한 일명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가 지역 작가 연고지 미술관에 기증된다.

지역 미술계는 지명도 있는 출향 작가 작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게 돼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이 회장 유족은 28일 이 회장이 남긴 미술품 가운데 수십 점을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했거나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품 수는 대구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 각 21점, 박수근미술관 18점, 이중섭미술관 10여점이다.

한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유족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이 회장 뜻을 받드는 데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다.

작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건희 컬렉션'…지역 미술계 반색
대구미술관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근대화가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이쾌대 '항구', 변종하 '오리가 있는 풍경' 등 근대화가 8명 작품이 전달됐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모두 지역 미술사 연구에 큰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다"며 "그분들 작품이 기증된다는 게 굉장히 반갑다"고 말했다.

대구미술관은 기증품과 작가들에 대한 미술사학적 연구를 마친 뒤 관련 전시를 구상할 예정이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근현대미술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지역 대표 작가들 작품이 전해졌다.

신안 출신 김환기 '무제', 고흥 출신 천경자 '꽃과 나비', '만선' 등이다.

미술관 측은 기증작 일반 공개 전시회를 오는 9월 1일 열기로 했다.

작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건희 컬렉션'…지역 미술계 반색
1세대 서양화가 박수근의 고향인 강원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에는 박 작가의 작품 18점(유화 4점·드로잉 14점)이 돌아왔다.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등으로 이 가운데 한일은 해외에 반출됐다가 2003년 3월 24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돼 국내로 돌아온 작품이다.

이로써 박수근미술관은 박 화백의 유화 17점과 드로잉 112점을 소장하게 됐다.

오는 5월 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에 기증품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작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건희 컬렉션'…지역 미술계 반색
제주에는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제주를 주제로 하는 이중섭 작가 10여 작품이 기증된다.

이중섭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제주 서귀포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기증 작품 중 2점만 일반 유화 작품이고 나머지는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오는 29일 관련 브리핑을 열고 기증 작품 목록을 공개할 방침이다.

각 지역 미술관은 작품 기증을 계기로 해당 작가 연구와 미술사 연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한 미술 문화를 지역에서 향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며 "한 단계 더 높은 컬렉션 기반을 다져 연구·전시를 통한 지역문화 육성 중심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 일가는 국보급 문화재와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들이 포함돼 관심을 끈 '이건희 컬렉션' 약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작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건희 컬렉션'…지역 미술계 반색
(김선형, 백나용, 양지웅, 여운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