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집중투표제 자체에 대한 반대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온갖 가정과 억지 주장을 덧붙여가며 사실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찬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소액주주연대,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권해왔던 집중투표제의 취지와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MBK는 교묘한 공식으로 짜낸 억지 주장으로 집중투표제가 일부 기업에서만 소수주주에 도움이 되고 다른 기업에서는 되레 소수주주의 권리가 훼손된다는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한 소액주주연대가 지적했듯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번에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하였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다.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들의 강력한 영향력을 소수주주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사 선임 시 소수주주의 영향력은 크게 증대된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물론 MBK-영풍 역시 자신만을 위한 이사회 구성이 매우 어려워진다.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꿈꾸는 MBK와 영풍은 바로 이 점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여러 기업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이사회 장악에 실패하거나, 이사회를 장악하더라도 이후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MBK가 투자 기업 어느 곳에서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MBK가 정말 집중투표제에 찬성한다면 고려아연을 비롯한 향후 모든 투자기업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표를 하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를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MBK의 주장대로 고려아연은 지배구조개선과 소액주주들의 권리 증진 등을 위해 집중투표제를 비롯한 여러 선진 제도를 도입하는 전도사를 자처할 계획이다. MBK 역시 그간 한국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개선하겠다고 한 만큼, 적극적인 집중투표제 전도사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소수주주를 비롯해 일반주주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MBK-영풍 등 지배주주들의 입맛대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이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한다.

특히 MBK와 영풍의 주장과는 다르게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를 지배주주 한쪽이 지지할 경우 소수주주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손쉽게 합류할 수 있다. 상호경쟁과 균형을 통한 견제와 캐스팅보트 기능이 크게 강화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고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면,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MBK-영풍 등 지배주주들은 소수주주와 적극 소통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 고려아연 이사회는 △집중투표제 도입 △소수주주 보호 정관 명문화 △액면분할 △분기배당 도입 △배당기준일 변경 등 이사회의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와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MBK와 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역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전향적인 검토와 동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MBK와 영풍도 자신들의 이익 증대만을 고민하지 말고, 한국 기업의 발전과 소수주주 보호 방안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