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후 첫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맹활약
'기부 천사' 신본기(32·kt wiz)의 선행에 하늘도 감복한 것일까.

신본기가 이적 후 처음으로 잡은 선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살려냈다.

행운도 따랐다.

신본기는 18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 활약으로 팀의 10-2 완승에 힘을 보탰다.

신본기가 선발 출전한 건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트레이드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은 불안했다.

신본기는 1회초 키움의 선두타자 서건창의 빗맞은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구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포수 장성우의 정확한 송구에 횡사했다.

실책의 아쉬움이 지워졌다.

뒤이은 타석에서 신본기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신본기는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로 출루했다.

타구가 3루 베이스를 맞은 뒤 외야로 흐르는 행운이 따랐다.

후속 조용호의 타구는 유격수 김혜성 앞으로 향했다.

타이밍 상으로는 2루에서 3루로 뛰던 신본기를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의 송구는 3루수 글러브가 아니라 그만 신본기의 머리로 향했다.

공은 헬멧을 때린 뒤 3루 부근 파울 지역으로 굴렀고, 그 사이 신본기는 홈을 밟았다.

행운이 따른 안타와 득점을 올린 신본기는 이번에는 자신의 실력으로 팀 득점에 기여했다.

5회말과 7회말 연거푸 적시타를 때려내고 3안타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에 만난 신본기는 "3안타 경기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오랜만에 출장 기회가 주어진 만큼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믿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본기는 2019년까지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지난해 롯데가 외국인 야수로 유격수 딕슨 마차도를 데려오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백업 내야수로 81경기 123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친 신본기는 kt에서도 백업 선수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대신 비중은 늘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만 37세의 베테랑 2루수 박경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신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날 첫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신본기는 "작년부터 출전 기회가 적어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긴 하지만 대신 작년의 경험이 자신감이나 마인드 컨트롤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또 올 시즌에는 조금씩 경기에 나가서 감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kt에 온 이유가 주전들이 지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그 자리를 메워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본기는앞서 4회말 김혜성의 송구에 헬멧을 맞고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신본기는 "헬멧 안 쓰고도 맞아봐서 괜찮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9년 6월 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뜬공이 신본기의 머리를 맞고 좌익수 뜬공으로 연결된 희대의 명장면을 언급한 것이다.

동료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던 신본기의 '헤딩 어시스트'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돼 해외에서까지 화제를 모았다.

신본기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아픈 줄도 몰랐다"며 "공이 빠진 것만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롯데에서 kt로 넘어올 때 롯데 팬들이 '가서 잘하라'고 응원해주셨다.

kt 팬들도 와서 잘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해주셔서 보답하고 싶었다"며 "오늘 많은 응원이 힘이 됐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신본기는 마지막으로 "팀이 잘되면 나도 잘된다고 생각한다"며 "롯데에서도 가을야구 해보니까,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크더라"며 "kt는 지난해 2위 팀이니까 올해는 여기에서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