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본업에서 반도체·뉴ICT로 사업 확장 가속
SK텔레콤이 14일 기업구조 개편을 공식화하고, 통신 영역에서 벗어난 ICT 신사업 본격 확대에 나선다.

SK텔레콤이 이날 발표한 안은 회사를 통신 사업과 비(非)통신 사업으로 나눠 SKT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에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에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ICT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전통적인 통신 사업과 반도체·ICT 신사업 간 분리로 기업가치를 올리고, 1984년 설립 이후 30여년만에 통신 영역을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아마존이 이커머스 사업에서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한 사례, 구글이 2015년 지주회사 알파벳을 출범하고 구글과 신성장 기업군을 나눠 자회사 편제를 재정비한 사례 등을 참고했다.

SK텔레콤은 그간 '빅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뉴 ICT 사업에 도전해 왔으나, 통신사 브랜드에 가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있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돼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해 올해 인적분할을 완료할 필요가 대두됐다.

현재 SKT가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20.1%로,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지분율 약 10%를 끌어올리기 위해 10조원이 소요된다.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 회사는 5G, AI, 디지털 구독 마케팅, 데이터 센터 등 기존 MNO(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되는 ICT 투자전문회사는 반도체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SK하이닉스의 투자 관련 여건을 강화하는 것이었던 만큼 신설 투자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회사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M&A 경쟁에 활발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간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증권가나 업계에서는 SKT의 신설 투자전문회사가 SK㈜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을 거론해 왔지만, SKT는 이날 발표에서 SK㈜와 합병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ICT 투자전문회사가 신설돼도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손자회사로 남아 있지만,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기존보다 반도체 사업 투자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ICT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SKT는 원스토어, ADT캡스 등 계열사 IPO를 준비 중이다.

SKT는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 신사업에서도 분야별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최근 11번가와 아마존, 티맵모빌리티와 우버 등 협력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신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ICT 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은 작년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분할로 인한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SKT가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기업구조 재편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SKT 주가는 3월 25일 25만3천500원에서 4월 13일 30만원으로 약 18% 급등했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