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펜터-두산 미란다, 주변 우려 딛고 '씽씽투'

과거 대만 프로야구(CPBL)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에 관한 인식은 썩 좋지 않았다.

KBO리그와 CPBL의 수준 차 때문에 대만에서의 성적으로 해당 선수의 기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CPBL은 KBO리그에서 뛰다가 기량이 쇠퇴한 외국인 선수들이 진출하는 '종착역' 정도로 인식됐다.

올 시즌에도 대만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에스밀 로저스(중신 브라더스),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 브록 다익손(퉁이 라이온스)) 등 다수의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대만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CPBL을 잘 살펴보면 KBO리그에서 통할 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과거 대만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에게 연봉 대신 월급을 줄 정도로 높은 대우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엔 거액을 투자하며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며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에 영입할 수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미국 마이너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열리지 않으면서 예년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아시아 리그를 택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는 대만 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주변에선 외국인 선수 투자에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두 구단은 소신 있는 결정을 했다.

한화는 지난해 라쿠텐 몽키스에서 활약한 좌완 투수 라이언 카펜터를 총액 50만 달러에, 두산은 지난해 중신 브라더스에서 뛴 쿠바 출신 좌완 투수 미란다와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일단 CPBL 출신의 두 선수는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카펜터는 6일 SSG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3피안타 9탈삼진 1자책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5⅔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자책점으로 맹활약했다.

두 경기 평균자책점은 0.82. 규정이닝을 채운 KBO리그 투수 중 4위다.

카펜터는 큰 키(196㎝)를 바탕으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던지는데, 벤자민 주키치(전 LG 트윈스)를 연상케 하는 특이한 투구폼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뺏는다.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의 제구력도 일품이다.

두산 미란다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

사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그는 3월 22일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⅔이닝 7실점으로 매우 부진했다.

시범 경기 부진으로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자리도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선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자책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특유의 강속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조합해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일단 CPBL 출신 두 외국인 투수는 KBO리그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돈이 없어서 대만 출신 선수를 뽑은 것이냐'라고 비아냥을 들었던 한화와 두산 스카우트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