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풍·역사왜곡 논란에 '공분'…다른 작품들에도 큰 영향
중국풍 설정과 역사 왜곡 논란이 작품 폐지로까지 이어진 SBS TV '조선구마사' 사태가 한국 드라마사(史)에 큰 생채기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6일 CJ ENM이 발표한 3월 넷째 주(22~28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조선구마사'는 CPI 지수 364.4로 1위를 기록했다.

화제성 척도를 나타내는 CPI 지수는 긍정적인 반응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도 포함해 집계되기 때문에 첫 방송 직후부터 방송 2회 만에 폐지되기까지 온라인을 달궜던 '조선구마사'가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판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조선구마사'는 방송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같은 크리처 사극 장르를 지상파에서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만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기는 어려운 여건에서 과연 양질의 화면이 나왔을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작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조선 왕실이 악령이 깃든 좀비 형태의 '생시'가 활개를 치자 로마 교황청에서 보낸 서역 구마사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 설정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이 일었으며, 충녕대군이 구마사 일행을 접대하는 과정에서 중국풍 설정과 장면들이 노출돼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가속화로 높아진 반중 감정에도 더 불을 지폈다.

이에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의 '전력'까지 누리꾼들에 의해 모두 파헤쳐졌다.

박 작가의 전작인 tvN '철인왕후' 역시 혐한으로 분류되는 중국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조선 철종 시대를 다루면서 실존 인물들을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조선구마사'에 대한 비판도 더욱 거세졌다.

작품 설정과 콘셉트부터 논란이 불거진 데다, 시청자들이 광고주들을 압박해 제작 지원이 줄줄이 철회되면서 작품은 존폐 기로에 놓였고 결국 SBS는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했다.

이미 80%가량 제작이 된 상태였다.

'조선구마사' 사태는 현재 제작하는 사극 등 드라마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JTBC '설강화'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시놉시스만으로도 역사 왜곡이 우려된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에 직면했고, tvN '간 떨어지는 동거' 등은 중국 측 투자를 받았다가 시청 거부 운동에 맞닥뜨렸다.

이에 드라마 시장에서는 사극의 경우 역사 고증을 위한 자문을 대폭 늘리고, 중국 자본은 소액의 PPL(간접광고)이라도 모두 철회하는 등 수습에 분주한 상황이다.

최근 드라마는 수백억 원대 제작비가 들고 수백 명이 참여하는 만큼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가는 '조선구마사'처럼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어 '사전 검열'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새로운 부캐(부캐릭터·제2의 자아를 뜻하는 신조어) 유야호가 공개되면서 CPI 8위(214.9)에 진입했다.

유야호는 비주얼이 아닌 오직 노래로만 평가받을 보컬 그룹을 찾기 위해 블라인드 오디션을 진행하는 등 또 한 번 음원 시장을 뒤집어 놓을 준비를 마쳤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음악 프로젝트'는 실패한 적이 없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 CPI 지수 =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29개 채널 프라임 시간대 방송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청자 행동을 파악하는 지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콘텐츠가치정보분석시스템(RACOI)을 통해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시청자 데이터(동영상 조회수, 게시글수, 댓글수)를 수집해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산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