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제2의 쿠팡 사례를 만들지 않도록 상장 제도를 개편한다. 또한 5월 재개되는 공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거래소 핵심전략 추진방향`을 밝혔다.

먼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기업공개(IPO)에 대해 코스닥에서만 허용하던 시가총액 단독 상장 요건을 코스피 시장에도 도입한다. 시총 6천억원·자기자본 2천억원 요건은 각각 5천억원·1,500억원으로 완화된다.

이와 함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성장형 기업에 적합한 질적심사기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 평가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는 등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손병두 이사장은 "쿠팡의 경우 대주주들이 외국계 펀드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이 외려 당연한 부분이 있다"며 "금번 상장 제도 개편 외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두고 여야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이 해소되면 유니콘 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상장할 경우 상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국내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들고, 그밖에 소송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국내 상장이 더 매력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오는 5월3일 대형주 중심으로 재개되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특히 공매도 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시장조성자 의무 위반 점검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빈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손 이사장은 "불법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야 한다는 불만도 일부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운전할 때만 봐도 교통 경찰이 숨어서 일일히 단속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은 감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잡고 차후 고지서를 통해 벌점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듯, 거래소도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빠짐없이 불법공매도를 적발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시 충격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공매도를 금지했다 재개한 이후에도 시장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며 "공매도 비중이 적은 대형주 위주로 재개되는 만큼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SG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자본시장 역할 확대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원하는 `ESG 테마형 ETF·ETN`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지수 3종 세트(KRX300기후변화지수·코스피200기후변화지수·기후변화리더스지수도 출시해 기관과 연기금이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친환경산업 투자 촉진을 위해 탄소배출권시장의 참가대상자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고, 탄소배출권 선물, BBIG 선물 등 신규 파생상품 보급 추진에도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K유니콘` 국내 머물도록 상장 요건 완화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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