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15년 연속 세계 1위의 마케팅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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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TV 시장 흐름 바꿀 제품 출시
라이프스타일 TV, 새 카테고리 창출
‘스크린 포 올’ 비전 제시
라이프스타일 TV, 새 카테고리 창출
‘스크린 포 올’ 비전 제시
삼성전자는 지난해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기록을 세웠다. 2020년 점유율(금액기준)은 31.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70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45.2%, 2500달러 이상 고가 TV는 45.4% 점유율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TV는 역시 삼성’을 실제 성과로 입증한 것이다.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마케팅이 너무 너무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말처럼 상품기획에서부터 판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고객을 위한 가치 제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시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상황 1 TV 수요 포화 & 중국 기업 진입
TV 시장은 수요 포화 상태다. 성장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서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쟁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TV 시장 흐름을 바꿀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 1위를 지켰다. 시작은 2006년 보르도 TV였다.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형상화해 TV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출시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삼성전자는 그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엔 ‘새로운 종(種)의 출현’으로 불린 LED TV를, 2011년엔 스마트 TV를 내놓으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스마트 TV는 ‘보는 TV’에서 ‘사용하고 즐기는 TV’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엔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10년 내내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퀀텀닷 기술을 사용해 화질을 높인 QLED TV를 선보인 후 2019년에 점유율 30%를 돌파했고 2020년에 그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조성혁 전무는 “올해는 기존 QLED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Neo QLED와 마이크로 LED를 통해 다시 한번 TV 시장에 혁신을 선보이려 한다”며 “TV는 교체주기가 보통 7~8년인데 그것을 1년이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았고 그런 혁신 DNA가 세계 1위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최근엔 65인치, 75인치 등으로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큰 화면에 길들여지면 ‘백워드’가 안 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초대형 TV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 2 ‘TV=콘텐츠 소비 기기’란 인식
TV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기기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인식에 의문을 던졌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춘 라이프스타일 TV를 선보였다. TV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2015년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가 참여해 만든 ‘더 세리프(The Serif)’를 선보여 가구와 TV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엔 집 안을 미술관으로 바꿔주는 ‘더 프레임(The Frame)’을 출시했다.
조성혁 전무는 “TV를 시청하지 않을 땐 커다란 검정 스크린이 마치 ‘블랙 몬스터’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바꿔 TV로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TV가 집안의 인테리어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좋겠다는 발상으로 더 프레임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을 통해 유명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세계 미술관 및 아티스트들과 이업종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더 프레임을 구매해 구독 서비스를 받으면 전세계 유명 미술 작품 1400여 점을 집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19년엔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가로·세로 회전이 자유로운 ‘더 세로(The Sero)’를 내놨다. 2020년엔 야외에서 고화질 TV를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TV ‘더 테라스(The Terrace)’와 집 안을 영화관으로 바꿔주는 빔프로젝터 ‘더 프리미어(The Premiere)’를 선보였다.상황 3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
지속 가능한 미래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올 1월 ‘삼성 퍼스트 룩 2021’ 행사에서 ‘스크린 포 올’ 비전을 제시했다.
이 비전은 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우리 모두의 미래와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우선 TV 포장재를 업사이클링해 반려견·반려묘용 집이나 작은 소품을 제작하던 에코패키지를 전체 TV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성혁 전무는 “에코패키지도 그 동안은 업사이클링 개념으로만 접근했었지만 올해부터는 친환경 소재 사용까지도 고려했다”며 “지금까지는 TV 포장재에 잉크나 스티커를 사용해 크고 화려한 이미지를 많이 그렸는데 앞으론 필수 정보만 간단하게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실내조명을 활용해 충전하는 솔라셀 리모컨을 도입해 배터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재생 소재 사용을 늘려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스크린 포 올의 다른 한 축은 모든 소비자가 동일한 시청 경험을 할 수 있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Neo QLED와 QLED에 △뉴스에 나오는 수어 화면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인식해서 확대해주는 ‘수어 확대’ 기능과 △스피커와 헤드폰 두 곳으로 동시에 사운드를 출력해 비장애인과 저청력 장애인이 함께 TV를 시청할 수 있는 ‘다중 출력 오디오 기능’ 등을 적용했다.
조성혁 전무는 코로나19 발생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로 인한 소비자들의 일상의 변화를 예상하고 상품과 마케팅에 그 변화를 반영했다.
조 전무는 “인 홈(In-home) 액티비티가 다양해지고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해 TV에 홈트레이닝, 홈엔터테이닝, 홈오피스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도 늘렸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시대상황의 변화와 소비자 니즈를 상품과 마케팅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얘기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누구나 아는 그것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해야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진짜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질문은 마케팅의 핵심 개념인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과 관련된 질문이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의 실제 상품은 롤러코스터,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기구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놀이동산에서 ‘진짜로’ 사는 것은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판타지’이다. 우리는 새로운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해 놀이동산에 간다.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진짜로’ 사는 것은 ‘이동 중에 연결되는 자유’이다. 눈앞에 보이는 최신형 스마트폰 기기는 단지 실제 상품일 뿐이다. 과거 핸드폰이 없을 때 우리는 어딘가(집전화, 공중전화)에 묶여 연결되어야 했다. 핸드폰의 등장으로 우리는 비로소 이동 중에도 연결되는 자유를 얻었다.
그렇다면, TV가 ‘진짜로’ 파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TV를 통해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 컨텐츠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 영상 프로그램들 역시 ‘실제 상품’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TV를 통해 진짜로 얻는 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책 대신 TV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살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TV를 통해 ‘휴식’을 얻는다. 혹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저)』에 등장하는 의견처럼 어떤 이는 TV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속 뿌리 깊게 박힌 본능을 살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유목민으로 생활한 인류의 눈은 매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익숙한데, TV에서 다양한 채널을 돌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LED, QLED, Neo QLED 등 혁신 기술의 성공도 중요했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TV를 통해서 어떤 혜택을 경험하길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였다. 요즘 소비자들은 TV를 통해 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길 원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집에서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테라스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고,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는 TV 제품을 개발하였다. 결국 삼성전자 TV는 최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핵심 혜택’을 혁신적 기술을 갖춘 ‘실제 TV상품’으로 해결한 것이다.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이처럼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가치제안을 발빠르게 찾아내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가치제안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차별적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마케터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미국에서 이뤄진 유명한 실험연구가 있다. 식료품 가게에 잼을 맛볼 수 있는 시식대 두 개를 설치하고 어느쪽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하는지를 관찰하였다. 한쪽 시식대에는 6가지 종류의 잼을, 다른 쪽에는 24가지 잼을 시식할 수 있게 하였다.
실험 결과, 24가지 잼이 있는 곳을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다.
여기에서 반전은 실체로 잼을 구매한 사람의 비중이었다. 6가지 잼이 있는 시식대를 거쳐간 사람들에서 실제 구매자 비중이 훨씬 높았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란 의미다. 즉 정보의 과부화로 인해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선택의 역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소비자들 중 수많은 대안을 합리적으로 비교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수가 너무 많아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선택의 역설을 경험한다.
소비자가 비교해야 하는 여러 대안들엔 긍정적 속성과 부정적 속성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대안의 수가 많으면 판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소비자는 비교할 대안들에 대해 불확실한 선호를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택의 역설과 소비자의 불확실한 선호로 인해 구매연기나 구매결정유보 또는 구매포기 등이 나타난다. 소비자학의 한 연구에서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구매고민’으로 설명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구매고민이란 소비자가 욕구를 인지하고 정보를 탐색해 대안을 비교·평가하고 최종 선택을 하는 구매의사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생각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식품,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 의류 및 잡화, 자동차, 레저 및 관광 등 다섯 가지 제품 종류에 따라 소비자가 경험하는 구매고민을 비교한 결과 식품에 대한 구매고민이 가장 낮았고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가 가장 높았다. 구매의사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제일 생각을 많이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품목이 바로 TV가 속해있는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가 의사결정에서 정보탐색을 할 때, 구매고민의 수준이 높고 특히 정보를 더 알고자 할수록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보다 구매를 포기하는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정보탐색뿐만 아니라 구매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수록 소비자가 경험하는 구매고민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는 추가적인 정보탐색이 필요하지 않는 구매환경 그리고 구매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삼성전자는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구매고민을 어떻게 완화시켰을까. TV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신제품과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TV의 개발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기 다른 특성의 소비자들이 찾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TV구매시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한다. 또한 구매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고민을 덜어줄 포인트를 마케터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70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45.2%, 2500달러 이상 고가 TV는 45.4% 점유율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TV는 역시 삼성’을 실제 성과로 입증한 것이다.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마케팅이 너무 너무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말처럼 상품기획에서부터 판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고객을 위한 가치 제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시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상황 1 TV 수요 포화 & 중국 기업 진입
도전 1 매년 TV 시장 흐름 바꿀 제품 출시
TV 시장은 수요 포화 상태다. 성장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서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쟁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TV 시장 흐름을 바꿀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 1위를 지켰다. 시작은 2006년 보르도 TV였다.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형상화해 TV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출시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삼성전자는 그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엔 ‘새로운 종(種)의 출현’으로 불린 LED TV를, 2011년엔 스마트 TV를 내놓으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스마트 TV는 ‘보는 TV’에서 ‘사용하고 즐기는 TV’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엔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10년 내내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퀀텀닷 기술을 사용해 화질을 높인 QLED TV를 선보인 후 2019년에 점유율 30%를 돌파했고 2020년에 그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조성혁 전무는 “올해는 기존 QLED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Neo QLED와 마이크로 LED를 통해 다시 한번 TV 시장에 혁신을 선보이려 한다”며 “TV는 교체주기가 보통 7~8년인데 그것을 1년이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았고 그런 혁신 DNA가 세계 1위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최근엔 65인치, 75인치 등으로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큰 화면에 길들여지면 ‘백워드’가 안 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초대형 TV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 2 ‘TV=콘텐츠 소비 기기’란 인식
도전 2 라이프스타일 TV로 새 카테고리 창출
TV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기기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인식에 의문을 던졌다.그 결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춘 라이프스타일 TV를 선보였다. TV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2015년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가 참여해 만든 ‘더 세리프(The Serif)’를 선보여 가구와 TV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엔 집 안을 미술관으로 바꿔주는 ‘더 프레임(The Frame)’을 출시했다.
조성혁 전무는 “TV를 시청하지 않을 땐 커다란 검정 스크린이 마치 ‘블랙 몬스터’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바꿔 TV로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TV가 집안의 인테리어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좋겠다는 발상으로 더 프레임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을 통해 유명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세계 미술관 및 아티스트들과 이업종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더 프레임을 구매해 구독 서비스를 받으면 전세계 유명 미술 작품 1400여 점을 집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19년엔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가로·세로 회전이 자유로운 ‘더 세로(The Sero)’를 내놨다. 2020년엔 야외에서 고화질 TV를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TV ‘더 테라스(The Terrace)’와 집 안을 영화관으로 바꿔주는 빔프로젝터 ‘더 프리미어(The Premiere)’를 선보였다.
상황 3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
도전 3 ‘스크린 포 올’ 비전 제시
지속 가능한 미래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올 1월 ‘삼성 퍼스트 룩 2021’ 행사에서 ‘스크린 포 올’ 비전을 제시했다.이 비전은 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우리 모두의 미래와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우선 TV 포장재를 업사이클링해 반려견·반려묘용 집이나 작은 소품을 제작하던 에코패키지를 전체 TV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성혁 전무는 “에코패키지도 그 동안은 업사이클링 개념으로만 접근했었지만 올해부터는 친환경 소재 사용까지도 고려했다”며 “지금까지는 TV 포장재에 잉크나 스티커를 사용해 크고 화려한 이미지를 많이 그렸는데 앞으론 필수 정보만 간단하게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실내조명을 활용해 충전하는 솔라셀 리모컨을 도입해 배터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재생 소재 사용을 늘려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스크린 포 올의 다른 한 축은 모든 소비자가 동일한 시청 경험을 할 수 있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Neo QLED와 QLED에 △뉴스에 나오는 수어 화면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인식해서 확대해주는 ‘수어 확대’ 기능과 △스피커와 헤드폰 두 곳으로 동시에 사운드를 출력해 비장애인과 저청력 장애인이 함께 TV를 시청할 수 있는 ‘다중 출력 오디오 기능’ 등을 적용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불확실성이 컸잖아요. 부품시장, 생산, 유통 등 밸류체인 전체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습니다. 상황별 복수의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었구요. 락다운(봉쇄)이 되면 사람들이 집에서 많이 지낼텐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했습니다.”조성혁 전무는 코로나19 발생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로 인한 소비자들의 일상의 변화를 예상하고 상품과 마케팅에 그 변화를 반영했다.
조 전무는 “인 홈(In-home) 액티비티가 다양해지고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해 TV에 홈트레이닝, 홈엔터테이닝, 홈오피스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도 늘렸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시대상황의 변화와 소비자 니즈를 상품과 마케팅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얘기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누구나 아는 그것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해야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진짜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질문은 마케팅의 핵심 개념인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과 관련된 질문이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의 실제 상품은 롤러코스터,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기구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놀이동산에서 ‘진짜로’ 사는 것은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판타지’이다. 우리는 새로운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해 놀이동산에 간다.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진짜로’ 사는 것은 ‘이동 중에 연결되는 자유’이다. 눈앞에 보이는 최신형 스마트폰 기기는 단지 실제 상품일 뿐이다. 과거 핸드폰이 없을 때 우리는 어딘가(집전화, 공중전화)에 묶여 연결되어야 했다. 핸드폰의 등장으로 우리는 비로소 이동 중에도 연결되는 자유를 얻었다.
그렇다면, TV가 ‘진짜로’ 파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TV를 통해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 컨텐츠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 영상 프로그램들 역시 ‘실제 상품’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TV를 통해 진짜로 얻는 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책 대신 TV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살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TV를 통해 ‘휴식’을 얻는다. 혹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저)』에 등장하는 의견처럼 어떤 이는 TV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속 뿌리 깊게 박힌 본능을 살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유목민으로 생활한 인류의 눈은 매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익숙한데, TV에서 다양한 채널을 돌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LED, QLED, Neo QLED 등 혁신 기술의 성공도 중요했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TV를 통해서 어떤 혜택을 경험하길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였다. 요즘 소비자들은 TV를 통해 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길 원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집에서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테라스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고,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는 TV 제품을 개발하였다. 결국 삼성전자 TV는 최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핵심 혜택’을 혁신적 기술을 갖춘 ‘실제 TV상품’으로 해결한 것이다.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이처럼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가치제안을 발빠르게 찾아내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가치제안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차별적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마케터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미국에서 이뤄진 유명한 실험연구가 있다. 식료품 가게에 잼을 맛볼 수 있는 시식대 두 개를 설치하고 어느쪽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하는지를 관찰하였다. 한쪽 시식대에는 6가지 종류의 잼을, 다른 쪽에는 24가지 잼을 시식할 수 있게 하였다.
실험 결과, 24가지 잼이 있는 곳을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다.
여기에서 반전은 실체로 잼을 구매한 사람의 비중이었다. 6가지 잼이 있는 시식대를 거쳐간 사람들에서 실제 구매자 비중이 훨씬 높았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란 의미다. 즉 정보의 과부화로 인해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선택의 역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소비자들 중 수많은 대안을 합리적으로 비교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수가 너무 많아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선택의 역설을 경험한다.
소비자가 비교해야 하는 여러 대안들엔 긍정적 속성과 부정적 속성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대안의 수가 많으면 판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소비자는 비교할 대안들에 대해 불확실한 선호를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택의 역설과 소비자의 불확실한 선호로 인해 구매연기나 구매결정유보 또는 구매포기 등이 나타난다. 소비자학의 한 연구에서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구매고민’으로 설명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구매고민이란 소비자가 욕구를 인지하고 정보를 탐색해 대안을 비교·평가하고 최종 선택을 하는 구매의사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생각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식품,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 의류 및 잡화, 자동차, 레저 및 관광 등 다섯 가지 제품 종류에 따라 소비자가 경험하는 구매고민을 비교한 결과 식품에 대한 구매고민이 가장 낮았고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가 가장 높았다. 구매의사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제일 생각을 많이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품목이 바로 TV가 속해있는 생활가전 및 전자기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가 의사결정에서 정보탐색을 할 때, 구매고민의 수준이 높고 특히 정보를 더 알고자 할수록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보다 구매를 포기하는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정보탐색뿐만 아니라 구매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수록 소비자가 경험하는 구매고민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는 추가적인 정보탐색이 필요하지 않는 구매환경 그리고 구매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삼성전자는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구매고민을 어떻게 완화시켰을까. TV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신제품과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TV의 개발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기 다른 특성의 소비자들이 찾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TV구매시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한다. 또한 구매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고민을 덜어줄 포인트를 마케터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