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02) 克日의 지혜를 찾다
우리민족은  5,000여년의 역사 속에 930여회의 외침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민족 생사가 위급했던 외침은 임진왜란, 구한말 일제 강점기 등 주로 일본에 의한 침략이었다. 이 근간에는 일본의 호전적인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 이것이 지금의 아베정권의 모습으로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라의 화랑도 정신이 있다. 신라가 통일을 하는데 이 화랑도 정신이 바탕이 되었다. 화랑도 정신은 사무라이의 공격성보다는 세속오계를 통한 인성과 수구적인 정신이었다. 만일 우리도 화랑도 정신을 계속 계승해 왔다면 일본을 훨씬 앞지를 수도 있었을텐데, 신라가 망하면서 화랑도는 끝나고 말았다.

신라의 화랑도 정신보다 앞서 고구려의 상무정신이 있었다. 상무정신은 자신, 가족, 그리고 조국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겠다는 자강정신이다. 광활한 대륙을 호령했던 초강대국 고구려의 힘은 바로 이 상무정신에서 나왔다.

고구려는 수나라 100만 대군을 살수대첩으로 궤멸했고, 당 태종의 30만 대군을 안시성에서 물리쳤다. 중국이 손자병법, 오자병법, 조조병법을 다 동원해도 고구려의 전략과 전술을 이기지 못했다. 그것은 고구려가 힘이 아니라 지혜와 용기로 싸웠기 때문이다. 적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서 확실히 이기는 싸움을 했다. 을지문덕장군이 그랬고,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을 이룬 이순신장군도 그랬다. 절대 무모한 싸움을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힘이 약한 우리가 힘으로 무모한 싸움을 할 수는 없다, 바로 화랑도 정신이나 상무정신의 지혜로움을 찾아내야 한다.

트럼프는 철저하게 자국이익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역발상으로 잘만 활용하면 우리한테 상당히 이로울 수도 있다. 예를들어 작년에 국방비 증액 요구가 있었을때 우리가 먼저 과감히 100% 올려주겠다고 선수를 치고, 대신에 중국과의 교역을 우리 쪽으로 조금만 더 확대하게 유도하는 협상전략으로 국방비 증액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일본 아베도 트럼프를 찾아가 온갖 비위를 맞추며 실리를 챙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이 일본, 미국과 갈등이 많아지면 미국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힘을 더 싣어주어 우리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다시말해서 힘이 약한 지금은 미.일과 가능하면 갈등을 만들지 말고, 미국 트럼프 요구에 적극 부응하면서 협상력으로 더 큰 실익을 얻어내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선.악이 따로 없이 오로지 힘이 지배하는 외교전에서 현실적으로 힘이 약한 우리로서 강대강 전략은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자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선조들의 화랑도 정신과 상무정신 속에서 지지않은 지혜를 찾는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임전무퇴의 정신과 함께 효와 도리와 관용이 넘치는 화랑도 정신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강한 힘과 지혜를 겸비한 상무정신을 새로운 국민정신으로 정립하여 우리 후세대에게는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유산을 넘기지 말아야 하겠다.

한편, 그 동안 소재부품 산업에서 대기업의 외면으로 수요가 없어 좋은 기술을 개발 하고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중소기업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이 확실하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고, 대기업.중소기업이 적극 협업하여 소재부품 산업에서 克日의 돌파구가 되도록 다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02) 克日의 지혜를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