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황없이 살았습니다. 마음속에 자괴감도 있었고 그러면서 언젠가는
이라고 이를 악 무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실리보다는 의미와
뜻에 따라 살아가겠다고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지키려 해온 의미와 뜻들이 슬그머니 부담스러워지고 주류 사회의 기준으로 저를 보았을 때 느낌은 다소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저를 지지해주던 가치와 의미들이 발끝에서 무너져 내리고…과연 제가 서 있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혼란을 겪었습니다. 아주 유동적이고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바뀌고 저렇게 바뀌는
저를 보면서 제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았던 저였는데…
생각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고 그런데 그 생각과 행동이 언제까지 지속될런지 스스로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혼란 속에서
이 혼란을 통해 더 큰 성장과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희망이 있는 풍경’을 써온 제 삶의 미학은 일상적인 아주 일상적인 시간과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감동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특이하고 색다르며
대단한 것들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제가 발견하는 일상의 미학은 자칫하면
남루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또한 제 마음도 점점
제가 마주치는 그런 일상의 힘겨운 모습 때문에 힘들어지기도 했구요. 저도 이제는
일상의 미학보다는 자본주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하이 컨셉과 비주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말이 많습니다. 사실 사진일을 하면서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들을
어깨에 둘러메고 다니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대상의 미학에 몰두하기보다는
카메라의 무게가 더 의식되는 그런 시간이 한참 계속되었습니다. 요즘은 스냅용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 마저도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삶의 무게와 카메라의 무게 그리고 그 밖에 많은 인생의 무게들이 제 어깨를 내려앉게
만드네요. 그렇다고 아주 뒤로 벌렁 주저 앉아 버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각없이
열심히 하기보다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제 일상에서 찍은 사진 한 장과 그 일상 마저도 제대로 담기 힘들어 하는
무력함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살다보면 엄습하는 무력감에 멋지게 대응하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긴 침묵을 마감하기 위해
게시물을 올립니다. 스스로와 미래에 대해 믿음과 애정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을 위해서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