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콘돔과 성병, 섹스에 대해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면서, 경제 금융 교양(financial literacy)에 관한 공부는 가르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글이 미국 CNN 방송 칼럼에 실렸다.(CNN Money, 2016. 9. 4. Heather Long) 때문에, 미국의 경제교양 지수는 148개국 중, 이스라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등에 이어 14위이며, 대학생들이 카드 빚에 허덕이며 국민들의 경제관념이 낮아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농사일밖에 모르는 부모님 덕분에 경제 교육은커녕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서울에 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 들어 가면 모든 게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가 원했던 대로의 길을 잘 걸어왔으나 노후 생활의 불안은 남과 다르지 않다. 열심히 살아왔어도 노후는 불안하고,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취업 장벽이 높아 부모자식이 일자리를 갖고 경쟁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부모교육을 받지 않고 부모가 되고, 결혼 생활이 얼마나 힘든 줄을 모르고 결혼을 한다. 어려서부터 책으로 배우고 설명을 들어서 부모의 역할과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경제교육을 받았다고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역할과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느낀 바가 있다면 불편과 후회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지금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과목들의 교육방식이나 내용도 엉망진창이다. 한글은 글자가 다 깨지고,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를 가르치며, 이해하지 못하는 공식만 암기하게 한다.
2016년 8월 24일자 미국 CNN방송 칼럼에 “2개국어를 하는 사람은 훨씬 매력적이다”라는 글이 실렸다. 미국인의 71%, 영국인의 61%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언어는 프랑스어라는 글과 함께, 아주 현실적인 외국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을 잘 해 놓았다.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단지 의사소통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국가에 대한 이해와 정치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접근, 그들에 대한 이해와 교류 등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외국어를 잘 하고,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 전 국민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데, 그런 위치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거나 외국어를 할 줄 몰라서 나타나는 국가적 사회적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과외공부를 하며 15년 넘게 배운 영어로 인사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중요한 점은 무엇이든지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다. 외국을 드나들며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못한다거나 교양이 없거나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안 된다.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를 잘 해야 하는 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직책에 대한 사랑과 정성, 관심과 전문성의 문제이다.
올해 브라질 올림픽 대회에서 골프 1등을 하고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선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를 잘하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그만큼의 또 다른 노력을 했다는 게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국어와 영어, 수학만 열심히 하라고 가르칠 게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경력관리 방법과 직장생활 전략, 결혼 생활의 불편함과 안정적인 가정경제 운영 방법 등을 골고루 가르치면 좋겠다. 요즘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의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에서 거의 찾아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제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즉,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와 의미, 교양과 문화 등도 가르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선생님과 교수님의 역할과 수준, 각종 교과목의 학습내용도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영어학습도 단어암기와 문법만 가르칠 게 아니라 실용적인 대화와 쓰기 등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역사와 도덕과 철학 등의 과목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어쩌면 모든 과목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필수로 넣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고, 질문이나 토론 시간을 뺏은 채, 시험만 보기 위한 교육은 사라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