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한 산길, 무의도 호룡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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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커튼을 올려 창밖을 보니 또 뿌옇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오데로 가고 언제부턴가 우리의 봄은
3일은 황사, 4일은 미세먼지, 이름하여 ‘삼황사미’다.
티비 속 기상캐스터는 가급적 바깥 활동을 자제하란다.
“그래도 금쪽같은 주말인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근교 섬 산을 검색했다.
그렇게 낙점한 곳이 무의도 호룡곡산.
나홀로 후딱 다녀올 요량으로 승용차를 이용키로 했다.
내비孃에게 잠진도 선착장을 부탁했다.
잠진도 선착장에 이르렀으나 주차할 곳이 없다.
편히 왔으나 이럴 땐 짐이다. 하는 수없이 차를 배에 실었다.
왕복 2만원이다.
잠진도에서 무의도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아무리 인천시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지만 이곳에 다리 하나
연결하는 건 일도 아닐텐데…
7년 전 호룡곡산을 찾았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여기엔 복잡한 함수가 존재하지 싶다.
차도 사람도 실어 나르며 거둬들이는 뱃삯이다.
이 수입이 만만치 않다. 다리를 연결하면 이 수입은?
그렇다면 이곳을 찾는 客만 봉인가? 아리송하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차량과 승객을 가득 태운 배가 뱃머리를 돌리자,
곧바로 건너편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닿았다.
배가 아니라 ‘회전식 다리(橋)’다.
큰무리선착장에 차를 두고 곧장 산길로 들어섰다.
오가는 산객들의 복장이 한결 가벼워졌다.
재킷을 벗어 배낭에 걸쳤다.
한 줌 바닷바람에 실려온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하늘인지 알 수 없다.
가까이 있는 실미도만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썰물 때라 실미도로 통하는 모랫길이 열려 있다.
실미고개로 내려섰다가 다시 국사봉으로 향한다.
바싹 마른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라지고
메마른 땅에선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가뭄이 심하다. 온 산이 화약고나 다름없다.
국사봉엔 7년 전엔 없던 나무데크가 넓게 깔려 있다.
정상표시석은 데크 아래 숨겨진 듯 박혀 있다.
국사봉은 호룡곡산 봉우리와 함께 무의도의 등뼈를 이룬다
산아래 하나개해수욕장 모래톱만 흐릿하게 드러날 뿐
주변 섬들은 미세먼지 뒤로 숨어 버렸다.
국사봉에서 내려서면 하나개 유원지로 향하는 도로가
산길을 가로지른다.
산길은 도로 위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다.
구름다리 건너편 무인 막걸리 판매부스는 그냥 지나쳤다.
시장기가 동하고, 호기심도 발동했지만 들머리에 세워둔
차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쾌청한 주말이면 호룡곡산은 몸살을 앓는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올망졸망한 산길을 걸을 수 있어
수도권에서 많은 산객들이 몰려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외로 한적한 편이다. 미세먼지 탓이다.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해발 244m의 호룡곡산에 섰다.
그림같은 조망으로 잘 알려진 곳이나 오늘만큼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모래톱만 흐릿하게 눈에 들어올 뿐
사방 풍광은 채도가 낮아 착 가라앉은 모습이다.
날머리로 잡은 샘꾸미 선착장까지는 1.6km다.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두어번 오르내리다가
편안한 내리막 오솔길로 접어 드니 진달래가 꽃잎을 살며시
내밀며 수줍은 듯 산객을 반긴다.(3월 21일 현재)
겉보기엔 아직도 황량한 겨울의 산색이나 내밀한 곳에서 시작된
봄의 기운은 모든 나뭇가지의 끝에 닿아 있다.
*이동코스는 큰무리선착장(S)~당산~국사봉~호룡곡산~샘꾸미 선착장(G)
*이동거리,시간은 6.8㎞로 2시간 4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