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고등학교? 정말 특색 있고 의미 있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닌 학교이다 보니 매년 실험학습을 거치면서 교과목을 개선하고 학부모를 설득하고, 교사들과 입씨름을 하면서 관계 교육기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느라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4일 후, 부산 가는 길에 학교에 들러 강의를 하고 왔다.
그 자리에 계셨던 경기도의 공립 K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한국강사협회에서 개최하는 명강사 초청세미나에 참석하셨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의는 물론 다른 강의를 다 듣고 가시면서, 느낀 바가 있다며 학교에 와서 강의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다음 주 방학식을 하는 자리에 교직원(공무원: 교사와 교직원)들을 모아 놓고 교육을 실시하려 하는데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방학하는 날, 방학식 마치고 일찍 퇴근하려는데 교육을 한다면 일부 선생님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시행하자는 것이었다. 관련 선생님들과 협의를 마친 후 곧바로 시행하기로 하였다.
지난 해 가을에는 강원도 문막의 D 초등학교와 평택의 C 정보고등학교, 대구의 J 초등학교에 가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왔다. 올 봄에는 강원도 교육연수원과 제주도 T교육원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일선 선생님들의 생각과 자세를 바꾸어 주고,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바깥세상과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 주며, 교육의 백년대계를 잡아 주고, 교육자의 직업철학을 전달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아, 이제 교육의 현장도 바뀌고 있구나.”
사립학교는 물론이고 아쉬울 게 없는 공무원 신분으로써의 국공립 학교 선생님들도 변하고 있다. 강요나 권고가 아닌, 자발적인 요구에 의해 교육현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들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 역량이 발휘 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며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육현장과 정치 분야의 느린 변화를 보면서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수백 명 중에 한두 명이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심한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자 한다. 아예 부담스럽거나 듣기 거북한 강의를 하는 강사는 부르지도 않는다. 가슴에 상처를 주거나 정신과 영혼에 부담이 되는 교육은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저 쉽고 재미있고 간단하며 편한 이야기만을 듣고자 한다.
여러 선생님들이 집중해서 잘 들으려 하지만, 간혹 강사의 눈길을 피하며, “당신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감히 우리를 가르치려 하는가?”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선생님들과 직원들이 눈에 띤다. 강의를 마치고 교장 선생님과 차 한 잔을 하는 자리까지 와서 외면하는 선생님이 있다.
대학에 강의를 가면, 강사가 잘 도착했는지, 식사는 했는지, 강의를 잘 하고 가는지 관심조차 없는 직원들이 있다. 그냥 강의실 가서 적당히 시간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대하는 곳도 있다.
혁신적인 교육을 기획하고 그 교육에 참석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런 강의를 듣지 않아도 될만한 분들이다. 스스로 잘 하고 있는 인재들만 참석한다. 정말로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 그럴까?
이것 역시 패러다임의 문제이다.
“그런 강의 몇 시간 듣는다고 인생이 바뀌냐?”
“또 교육? 지겹다. 맨날 똑 같은 교육, 뭐 소용이 있나?”
강의 한두 시간 듣고 사람이 바뀌거나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 교육 몇 차례 다녀와서 신념이나 철학이 바뀌고 행동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생각 하나라도 바뀔 수 있고 조그만 태도 한 가지라도 변할 수 있다면 이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오게 되어 있다.
남 이야기 들으려 하지 않고, 학습과 배움의 열정을 거부하는 집단들이 국가를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