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잦아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이런 저런 모임이 많다.
며칠 전, 군대에서 함께 복무했던 사병들의 모임이 있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 이상이 지난 세월동안, 아래 위로 7~8년 되는 기간동안 한 부대에 현역으로 복무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1~2년에 한두 번씩 만나고 있다.
군 생활이 뭐 그리 재미있었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20여년 동안 만나고 있는지 –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그래도 만나면 할 말이 많고 매일 같은 이야기거리이지만, 온갖 재미없는 추억을 이야기 하며 1차로 끝나는 적이 없다. 연락을 할 때마다 그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20~30명이 된다.
그 중에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한 명 있다. 입대 당시 같은 부대, 같은 내무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전역을 하면서 취직을 했는데 같은 회사 같은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한 회사에 15년간 함께 근무했다. 요즘도 가끔 만나 술자리를 함께 하며 정담을 나눈다. 남자끼리 30년간 짝을 이루어 만나고 있으니 할 말도 없을 텐데, 만나기만 하면 할 말이 많아 쉽게 헤어지질 못한다.
군대 있을 때 직속 상관으로 모시고 있던 장교를 20년이 흐른 후, 두 번째 옮긴 직장에 가서 또 상사로 모시게 되었다. 필자가 인사팀장으로 근무하게 된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계신 게 아닌가? 군대 있을 때 여러 모로 사연을 만들어 주시던 분을 비즈니스 세계에서 또 만난 것이다. 얼마 전, 환갑을 넘긴 연세에 IT 업계 사장으로 계시단 소식을 들었다.
오늘은 어느 CEO 포럼의 조찬 모임에 강사로 초빙되어 참석하였다.
참석하신 분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았다. 인사를 주고 받는 가운데, 특별한 분을 만났다. 70년대 말,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할 때 활용한 주교재의 저자 분께서 그 모임에 참석하신 거였다. 필자의 이력을 설명하며 친근감을 느끼고 반가움을 표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인사를 나누며 컴퓨터산업의 초창기에 어려운 학문을 정리하신 노고에 감사 드리며, 그런 분 앞에 서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직장생활 할 때 모시기 힘든 상사가 있었다.
깐깐하고 논리적이며 성질이 급하고 고집이 세서 상대하기가 참 힘들었다. 하지만, 워낙 부지런하고 박식하여 웬만한 부하는 견디기 힘든 분이었다. 올해 초, 어느 기업 특강에 가서 강의를 하던 중, 그 분과의 직장생활 사례를 제시하며 그 분의 흉도 보고, 나쁜 점과 좋은 점도 이야기 했다.
필자의 강의를 교육진행자가 뒤에서 듣고 있었다. 강의를 하고 나오는데 교육진행자가 다가 와 유난히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교육담당자가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깐깐한 상사의 아들이었던 거다.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큰 일 날 뻔했다.
요즘 대선주자들이 국민에게 “사랑한다.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얼굴과 입 모양새를 보니 별로 국민을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홍보물을 읽어 보고 유세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국민을 얕잡아 보거나 깔보는건 아닌지 의아스럽다. 있을 때 엉망으로 해 놓고 필요할 때는 말로만 떠든다. 30년 동안 보아 온 정치인들의 그런 모습에서 국민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느껴보질 못했다.
정말 인간관계는 힘들다. 신뢰와 존경이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을 갖고 공(功)을 들여야 한다.
있을 때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