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가 코펜하겐에서 있었습니다. 회의의 정식명칭은 유엔기후변화정상회의(U.N. Climate Change Summit)입니다. 아마도, 세계의 모든 지도자가 이렇게 모여서 논의하는 자리는 근래에 들어서 처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차이가 워낙에 커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고, 결국 구속력있는 합의문을 작성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해서 기후변화의 이슈가 제기되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자는 필요성을 확인하는 데 그 의의를 두었습니다.

사실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개발에 따른 피해를 그대로 입고 있어서, 이에 대한 보상 혹은 선진국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ODA의 확대 등도 그것이죠. 개도국 나름대로 발전하고자 하나,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이 제시한 발전모델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선진국의 경우, 전혀 외부의 제약없이 각자 나름대로의 발전 모델(특히, 중화학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발전)을 가지고 성장했으나, 개도국은 여러 제약조건 안에서 발전해야 하니, 그만큼 어려움이 생기는 셈이죠.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동안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는 천년개발계획(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을 계기로 커다란 변화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나 성장모델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국가별 상황은 다르나, 농업위주의 산업구조를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 및 인력양성, 그리고, 국제규범에 맞는 시장개방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번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계기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도 기후온난화의 원인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개발이나 지원방식 또한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기존과 같은 산업 인프라에 초점을 두는 개발보다는 보존의 가치를 인정하는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ODA 예산을 증액할 계획에 있으며, 더구나 OECD/DAC를 가입함에 따라 원조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글로벌 녹생성장연구소‘를 설립하여 이에 대한 준비를 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이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경제발전과 구조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 시장의 변화, 자본의 흐름, 모두 좋습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제무대에 글로벌 한국의 위상정립을 위해서도 이러한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 및 교육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다양한 이슈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세계최대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을 계기로, 안전문제는 물론 다른 형태의 고갈자원의 활용을 통한 발전이라는 한계조차도 극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국제사회에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형태의 원자력 원료와 그 폐기물 처리방안까지도 제안하는 R&D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한국형 원전수출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는 특히 이러한 것을 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가 있습니다. 또한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파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는 ODA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그리하여 개도국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은 개발협력의 이슈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발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산업의 발전이자 정신의 발전입니다. 그리고, 이는 새롭게 전개되는 개발모형에 적합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자리였고, 후세의 인류에게 남겨질 과제를 현 시대에서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 지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올해는 우리의 국격(國格)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많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발상의 전환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이를 충분히 활용하여 진정한 의미의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