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한국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의 DAC(개발협력위원회)로부터 가입승인이 되었고, 2010년 1월 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잘 아시겠지만, 원조국 지위에서 공여국이자 DAC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경험을 잘 살려 개발협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규모와 국가 브랜드에 맞게 개발협력을 해야함을 의미하고 있다. 향후에는 ODA예산이 증가할 것이고, 국제규범에 맞는 원조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고, ODA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제라도 보다 효율적인 원조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해외로의 진출을 위한 ‘마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시다시피, DAC의 가입은 한편으로는 국제원조시장의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선진 공여국들은 이미 ODA를 활용한 모든 것을 다 경험했고, 취할 것은 다 취했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것을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여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원조사업의 구속성(tied)을 조건으로 지원을 하였었다. 즉, 현물지원에 자국 기업 제품이나 용역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렇지만, 요즘의 추세는 비구속성(untied)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달리 보면, 이제 국제 원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해외로의 진출을 도모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ODA 조달시장은 연간 1,000억 달러(126조원)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물론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은행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우는 많지만, 아직도 다자기구의 원조사업의 수주율은 높은 편은 아니다. 향후에 이러한 곳에 분담금이 증액될 것이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아니다. 더구나, 용역사업(컨설팅)의 경우, 수주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원조의 효과와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용역 사업을 통한 수원국의 발전인 것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의 성장과정에서 세계은행 사업을 통한 수주가 매우 큰 역할은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지금이라도 컨설팅 시장에서 글로벌화를 준비할 시점에 왔다.

기존 선진국의 지금까지 추진해온 원조 사업과는 다른 차원의 원조를 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는 원조국으로서 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경제사회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국제원조시장에서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한국의 경험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원조가 발굴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전문인력 및 전문기구의 활용이 절실하다. 과거의 OECD 가입과 함께 IMF경험한 아픔도 있지만, DAC가입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의무와 책무는 막중하다. 우선적으로 이를 위한 장기전략과 실행계획의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하기 위한 국민적 관심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새로운 추세로서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사회’를 이해할 때,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