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인은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맛이 간 나는 돈 몇푼 벌고자
전국규모의 백일장 작품심사를 수락했겠다

많아야 수천편이겠지
기껏 해야 이삼일이면 되겠지
어라?? 이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려 이만 오천 편 가량 되고 그것도 산문이다

중학생들이니까 여기서 선발되면
고등학교 입학 때나 어디에 이력서 쓸 때 수상내역에 들어간다
한 사람의 일생 기회의 선택에 해당하기 때문에도
대충대충 건성으로 볼 수는 없다

하루 해 보니 15 시간 정도 해서 1200 편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기간은 일주일을 주었는데 하루 15시간씩 계산해보니 20일 작업분량이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우선은 기한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면 도리없이 하루에 3천 5백편을 보아야 한다
나름대로 심사기준을 정했다

1. 정해진 원고매수를 미달하는 작품은 아예 뺀다
(원고지 10매를 쓰라고 했는데 6매 이하는 빼버렸다)
2. 원고지 석장을 읽어보아서 문법이 많이 틀리고 사물을 보는 관점이 보편적이면 뺀다
3. 제목이 참신하고 글을 보기 쉽게 또박또박 썼으면 가산점을 준다

백일장이란 것이 비슷한 수준의 참가자에게
한 시제를 주고 짧은 시간에 글을 써 내고
그것을 단시간 안에 심사하여 시상을 하는 제도이다
여기에 우선 심사관의 눈에 뜨이고
심사관이 자기 작품을 절반 이상이라도 읽게 하려면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1. 기준을 충족하라 (원고매수, 기타 백일장측에서 제시한 기준)
2. 제목을 산뜻하고 기발하고 발랄한 것으로 정하라
3. 문법에 맞게 써라
4. 글씨를 진하고 크고 또박또박 써라
5. 사물을 보는 눈을 흔히 남들이 보는 그런 관점으로 보지 말고
아주 독특한 관점에서 보고 써라
6. 보기에 좋게 행을 나누고 연을 나누고 단락을 지어라
7. 남들이 다 쓰는 그런 내용은 피하고
자기만의 특별한 색깔로 글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