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또는 변소라고 불렀다
뒷간에 가려면 일부러 신발을 찍찍 끌던지
에헴 하고 헛기침이라도 해야 했다
내가 지금 뒷간을 쓰려고 한다는 신호이었다
그러면 뒷간 안에 있던 사람도 부스럭 종이소리를 내든지
헛기침소리를 냈다
이를 기척이라고 했다
요즘 화장실은 기척을 할 필요가 없다
사용중 표시가 없는 화장실은 똑똑 노크를 하면 되고
잠금장치가 잘 되어 있으니 열릴 일도 없고
밖에서도 안에 사람이 있는지 훤히 알수 있도록 되어 있다
참 편리해진 세상인데 여기 문구가 참 뜻하는 바가 많다
사용중 영어로는 occupied 굳이 해석하자면 점령중이다
창세기 1장 28절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서양인의 눈에 자연은 점령과 다스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양인의 눈에는 자연은 품에 안기고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었다
그 작은 마음가짐의 시작의 차이가 문화의 커다란 차이를 낳았다
자연에 의지하고 귀의하고 어우러지는 문화와
자연을 점령하고 다스리고 지배하는 문화이다
화장실은 공동의 소유이다
내가 필요할 때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이다
내것이 아니다
쓰는 동안이라도 결코 내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점령하거나 지배하거나 다스릴 대상이 아니다
그 사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
결코 점령하거나 지배하거나 다스릴 대상이 아니다
내 사람이 아니다
내 사랑이 아니다
서로 의지하고 귀의하고 어우러지는 사이이다
서로 사랑한다는 조건하에 사랑하는 동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