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굴지의 금형전문기업에서 9월1일자로 63세 된 일본인 기술자를 기술고문으로 초빙하여 기술지도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맨 처음 지도한 것은 ‘버리자’였다. 60여명의 직원들이 그동안 아까워서 또는 언젠가는 쓸데가 있을 것 같아서 보관하고 있던 부품, 재료, 연장, 장비 등을 모두 끌어내니 두 트럭분이 넘었다고 한다. 두 번째 한 일은 설비배치를 작업동선에 맞게 바꾼 것 이었다. 세 번째 한 일은 작업시작 시간을 지키는 것 이었다.

기술고문이 온지 20여일 지난 후 사장님께 변화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한 마디로 “동작이 빨라졌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두 트럭이 넘는 불용품을 버리니 공간이 생겼고, 그 공간을 디자인하여 설비를 새로 앉혔으며, 과거에는 조회가 끝나면 작업장 보다 먼저 가는 곳이 자동판매기나 흡연실이었는데 이제는 조회참석 전에 그런 일을 다 봄으로 작업개시 시간이 빨라졌다. 특히 팀장들의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불과 20여일 만에 사장 자신도 놀랄만큼 변했다는 것이다.

한국말이 유창한 기술고문도 “뭔가를 바꾸고 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부터 바꿔주는 것이 우선 할 일이다”라고 말하며, “당분간 ‘5S’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필자가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견학할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즉, 도요타에서도 유명한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6단계 조치(아래 Tip 참조) 중에서 가장 먼저 실천했던 것이 작업자들이 마음가짐을 올바로하고 작업장에서 필요한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 첫 단계로 전개했던 것이 ‘5S 운동”이었던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이 금형전문회사는 앞으로 많은 단계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집에서는 가구나 가재도구를 버리기 어렵고 옷이나 책도 버리기 어렵다. 우리 집의 경우 나보다는 아내가 더 잘 버린다. 나는 아내가 버리려고 내놓은 옷 중에서 한 두 개를 골라 자동차트렁크에 넣고 다닐 정도로 쉽게 버리지를 못한다. 차 트렁크에 있는 점퍼는 입지도 않으면서 몇 달째 싣고 다닌다. 결국은 버리는 습관이 안된 것이다.

직장에서도 연말에 대청소를 하거나, 사무실 교체나 전출시에 짐 정리를 해보면 구석구석에서 별의별것들이 다 나온다. 굳이 없어도 될 것들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책꽂이에는 책, 자료, 파일들이 포개져 있기도 한다. 버려도 될 것들을 그냥 놔두고 있어서 공간이 모자란 때문이다. 정리할 때가 지난 것이다.

‘자기창조의 원리’를 설명한 전문가는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잘 버리고 잘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버리는 학습’과 ‘채우는 학습’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리는 학습이란 알고 있는 것을 폐기하는 것(unlearning)이란다. 예들 들면 최홍만이 씨름기술을 버리고 K-1기술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반면에 채우는 학습이란 모르던 것을 아는 것으로서 콩나물을 키우듯이 계속 물을 주면서 지식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버리는 것은 물건 만이 아닌 것이다. 사람도 머리나 마음 속에서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새로운 지식이나 사고가 채워지기 쉽다. 그러나 채우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 아서 체브로스키 국장이 말한 “군에 새로운 사고를 주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낡은 생각을 빼내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에서도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버리는 것이 왜 어려운가. 그 이유는
①과거 성공방식의 관성(미래의 성공도 과거의 성공방식으로 하고 싶은
심리)
②우월의 함정(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③현재 중심주의(불안정한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심리) 등이
대표적인 것이라고 한다.

잘 버림으로써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유용한 것과 무용한 것을 구분해서 무용한 것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주변의 물건이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이든 같을 것이다.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u), 청결(seiketsu), 습관화(shitsuke)를 지칭한 ‘5S’ 중에서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이 무용한 것을 버리는 것이듯, 과거의 생각이나 방식을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버리고 채우는 학습과 실천의 습관화가 자기창조와 새로움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Tip : JIT생산방식을 이룩하기 위한 일반적인 적용단계*
– 1단계 : 직장개선활동의 풍토조성을 위한 5S 운동단계
– 2단계 : 관리의 합리화 추구를 위한 ‘눈으로 보는 관리’의 적용단계
– 3단계 : 작업개선을 위한 3불 추방 운동단계
– 4단계 : 신뢰성 해석에 의한 품질안정화 단계
– 5단계 : 자재발주 및 입고의 합리화를 위한 생산시스템의 확립단계
– 6단계 : JIT시스템 생산을 위한 간판방식(Kanban) 적용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