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 대해 ‘안다’와 ‘모른다’는 그 사람이 나의 인생에 의미가 ‘있다’와 ‘없다’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혈연으로는 부모, 자식, 형제 그리고 친척이 있습니다. 학연으로는 초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친구, 선배, 후배가 있습니다. 업연으로는 직장 상사, 동료, 부하 그리고 거래처 지인이 있습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결속력이 강하다면 지연,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통한 취미연, 종교가 같은 사람들을 통한 종교연 등 많은 영역에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작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잘 안다’고 할 때는 세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 입니다. ‘학교는 어딜 나왔고, 어떤 직장을 다녔고,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다’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보고 들어 알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많습니까?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째,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알수 있는 것’ 입니다. ‘학창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형제 간 우애는 좋았는지,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지, 직장생활은 어떠했는지, 왜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왜 그것을 싫어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에 대해 ‘내가 알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하지만, ‘내가 알수 있는 것’ 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셋째,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알아야 하는 것’ 입니다. ‘어떤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의 원칙은 무엇이고 생각이나 행동의 기준은 무엇인지’와 같은 것 입니다. 우리는 관찰하고 생각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진정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아는 것은 관계의 질을 높혀주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우리가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알수 있는 것’,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이 충분한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요. 이 문제에 대해 공자님 말씀에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논어 위정편에는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그가 지내온 바를 자세히 살피고, 그가 만족하고 편안해 하는 바를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찌 모르겠느냐?” 공자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3단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고(視), 자세히 살피고(觀), 관찰함(察)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보고, 살피고, 관찰해야 하는 지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행동하는 바를 편하게 보라는 것입니다.(視其所以시기소이) 이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하게 된 내적 동기를 자세히 살피라는 것입니다.(觀其所由관기소유) 자세히 살피라는 이유는 피상적으로 보기만 해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어떤 행동에 대해 만족하고 편안해 하는 지를 관찰하라는 것입니다.(察其所安찰기소안) 이렇게 행동과 태도, 동기,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면 사람의 내면의 생각까지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에 대해 세 가지를 모두 알아야 할까요? 우리는 그럴 시간이나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내가 제대로 알아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첫째, 거의 매일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입니다. 가족, 조직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이 이런 사람에 포함됩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사람이 있습니까?
둘째, 앞으로 10년 이상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사람입니다. 가족, 친구, 상사, 동료, 부하직원, 거래처 주요 인물, 사회에서 만난 사람 등이 포함됩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사람이 있습니까?
셋째, 내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가족, 친구, 애인, 좋아하는 직장 동료, 거래처 사람 등이 포함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우리가 살면서 주저해야 하는 것은 아무나 사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주저해서는 안되는 것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것입니다. Ⓒ JUNG JIN HO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 필자의 글에 대한 의견과 문의사항은 덧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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