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갤러리 개인전 'I am a person'
1세대 여성화가 이명미 "예술가는 끝없이 전진해야"
"미니멀한 흑백 위주 회화가 주류였던 1970년대에 반작용으로 오색 찬란한 그림을 그렸어요.

예술가는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죠."
단색화와 개념미술, 실험적인 전위미술이 풍미했던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다른 사조나 화풍이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금욕적 절제의 미를 강조하던 당시 활동을 시작했던 20대 작가 이명미는 밝고 강렬한 색채를 과감히 사용했다.

주류 미술계와 기존 관습에 대한 젊은 작가의 저항이자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도전이었다.

종로구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18일 개막한 개인전 'I am a person' 전시장에서 만난 이명미는 "내 선생님이 당시 미술계 선두주자들이었는데 스스로 매를 버는 길을 택한 셈"이라며 "20대 청춘의 무모한 패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도 예술가는 끝없이 전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1950년생인 작가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여성작가다.

초기부터 자유로운 원색의 사용과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회화로 국내 화단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캔버스 작업뿐 아니라 천,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회화 형식을 실험한 그는 기존 미학의 틀에서 벗어나 하나의 놀이이자 치유, 소통으로 작업에 임했다.

1979년 코마이화랑, 1981년 전촌화랑 등 일찌감치 일본 도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한국 작품들은 주로 백색이었는데 나는 반대로 작업하니 일본 화랑에서 주목했다"라며 "꽃밭에 다양한 꽃이 자생력을 가지고 뿌리 내려야 하듯이 미술도 다양한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흑과 백이 아니면 '왕따'처럼 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DNA가 있다"라며 "한국의 색이 백색이라고 하지만, 우리 왕실에 찬란한 색이 있었고 민화에서도 자유로운 색을 썼다"고 덧붙였다.

신작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와 감각적인 색채가 자유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컵, 의자, 꽃, 화분, 동물, 사람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원근법이나 중력을 무시하고 단순하게 그려낸다.

종이에 마치 어린아이 낙서처럼 거친 선으로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전시장 한쪽 벽은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완성한 대형 작품으로 채웠다.

70대에 접어든 작가는 "옆걸음이 되든 뒷걸음이 되든 앞걸음이 되든 작가는 계속 걸어야 한다"라며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1세대 여성화가 이명미 "예술가는 끝없이 전진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