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가르시아 7언더파 선두
안병훈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 보기 1개를 기록하며 11오버파 83타를 쳤다. 대회 첫날 싱글 플레이에 실패한 안병훈은 출전 선수 154명 가운데 공동 150위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하며 1오버파를 기록하던 안병훈이 무너진 것은 악마의 섬으로 불리는 17번홀. 이홀의 전장은 137야드에 불과하다. 아마추어들도 8번 또는 9번 숏 아이언으로도 공략할 수 있는 짧은 홀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린 주변을 큰 호수가 둘러싸고 있는데다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 2003년 이후 집계한 17번홀의 평균타수는 3.11타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도 파세이브에 실패할 경우가 많다는 것. 2019년까지 이홀에서 물에 빠진 공의 개수만 802개다.
안병훈의 첫 티샷은 124야드를 날아가 호수에 빠졌다. 핀 까지 83야드 거리인 드롭존에서 친 세번째 샷 역시 바람에 밀리면서 헤저드로 향했다. 다시 드롭존에 들어서 친 다섯번째 샷은 길었다. 94야드를 날아간 이 샷은 그린을 맞고 뒤편 호수로 떨어졌다. 그린 위에서 바뀐 바람의 방향은 안병훈을 다시 괴롭혔다. 드롭존에서 다시 친 일곱번째 티 샷은 맞바람을 맞고 제거리를 못갔다. 그린에 턱걸이를 했지만, 백스핀을 먹고 그린 앞 호수에 빠진 것. 아홉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안병훈의 멘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쓰리퍼트를 한 그는 11타만에 지옥에서 벗어나면 이 홀에서만 8오버파를 적어냈다.
이날 17번홀에 발목이 잡힌 것은 안병훈 뿐만이 아니다. 재미교포 케빈 나(38)는 이날 이 홀에서 공을 3개나 호수에 빠트렸다. 8타만에 홀아웃하며 퀸튜블보기(Quintuple Bogey·기준타 보다 5타 오버)를 범한 그는 경기 직후 기권을 선언했다. 김시우(26)도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첫날 이븐파를 기록 공동 4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가운데 이 홀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잡은 임성재(23)도 이날 버디 2개, 보기 2개를 바꾸며 이븐파를 쳐 공동 44위를 기록했다.
2008년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가 이글 2개를 포함해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중간 선두에 오른 가운데 브라이언 하먼(34·미국)이 5언더파 67타, 매슈 피츠패트릭(26·잉글랜드) 등이 4언더파 68타로 추격하고 있다. 2년 전 우승자인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는 18번 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내는 등 7오버파 79타로 부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