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거장 아모스 오즈 장편소설 '유다'

이스라엘 작가이자 언론인이던 아모스 오즈(1939~2018)는 향년 79세로 타계할 때까지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거장이었다.

오즈는 현대 히브리어를 사용한 1세대 작가로, 1965년 첫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통해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1968년 장편소설 '나의 미카엘'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스라엘 현대사를 배경으로 교조주의, 광신주의, 폭력 등에 반대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용, 다양성 존중과 평화 등을 추구하는 깊이 있는 소설들을 써내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았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인류 보편성을 추구하는 문학성 덕분이었다.

비알리크상(1986), 페미나상(1988), 이스라엘상(1998), 괴테상(2005), 프란츠카프카상(2013), 톨스토이상(2018) 등 세계 각국 유수 문학상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오즈는 이렇듯 이스라엘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였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에서 '배신자'로 비난받던 지식인이었다.

'두 국가 해법'을 내세우며 팔레스타인과 평화적 공존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이든 민족주의와 전체주의, 종교적 팬덤과 정치적 교조주의가 지배하는 이슈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견해나 타당한 목소리는 오히려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역사 속 많은 천재와 선각자들이 동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이단, 반역자, 배신자 등으로 취급받는 게 숙명이었다.

오즈 역시 마찬가지로 '배신자'로 낙인찍혀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으나 목소리를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배신자'로 불렸던 오즈가 남긴 마지막 소설이 '인류 최대 배신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가룟 유다를 제목으로 내세운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배신자'가 남긴 '배신의 아이콘' 이야기
2014년 현지 출간됐던 작품으로 '현대문학'에서 국내 최고 히브리 학자 최창모 교수의 번역을 통해 소개한다.

오즈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최 교수가 건국대 히브리학과 교수직을 퇴임하며 내놓은 마지막 역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배신'이란 코드는 작가 자신뿐 아니라 유대인 전체에 원죄처럼 덧씌워진 굴레이기도 하다.

'유다'의 히브리어는 '예후다'이며, 그 복수형인 '예후디'는 유다의 후손을 일컫는 말로 즉 '유대인'을 뜻한다.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긴' 행동은 '유대 민족 전체가 예수를 배신한' 것으로 유대인들은 배신의 원죄를 지닌 민족이 된다.

소설 주인공인 대학원생 아쉬는 '배신의 아이콘'인 유다가 왜 유대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돼 유대인 전체를 2천 년 넘게 미움의 대상으로 만들었는지, 유다가 정말 배신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아쉬는 학식 높은 장애 노인 발드의 수발을 들고 말 동무가 되는 직업을 얻는데, 이런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지적인 논쟁을 벌인다.

작가 오즈는 유다뿐 아니라 자전적 경험을 투영한 아브라바넬이라는 인물도 등장시킨다.

아브라바넬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유대 국가 설립에 반대하고 아랍과 공존을 주장한 유일한 인물로, 결국 양측에서 배척받으며 모두로부터 영원한 '배신자'의 이미지로 남았다.

오즈는 이런 서사를 통해 배신과 배신자에 관한 여러 화두를 내놓는다.

특히 예수와 유다, 아브라바넬 모두 동시대 사람들로부터는 이해받지 못하고 배척됐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배신'에 관한 새로운 차원의 사유를 제시하고, '사랑'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논한다.

소설은 독일, 스위스, 러시아,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세계 36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