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낸 박범신 "청년작가 하기 힘들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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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구시렁구시렁 일흔' 출간
박범신(75)은 오랫동안 소설 문단을 대표해온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다.
1993년 절필을 선언했다가 1997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복귀한 이후 그는 '청년작가' 또는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예민한 '문청'(文靑)의 기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찬사였다.
박범신 자신도 이 별칭을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살자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박범신이 오랜만에 펴내는 새 책은 소설이 아니라 의외로 시집이다.
"시인답게 사는 게 평생 꿈이었다"는 그가 생애 두 번째 펴내는 시집인데, 제목이 '구시렁구시렁 일흔'. 다시 말해 제목부터 70대 노인임을 인정하는 걸 보니 '청년작가' 이미지에 더는 구애되지 않으려는 듯하다.
박범신은 이 시집의 제목을 정할 때 이를 출간할 '창이 있는 작가의 집' 대표와 두 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구시렁구시렁 일흔'이란 제목이 문뜩 생각났고 두 사람은 명쾌한 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출판사 대표는 한 가지 우려를 내비쳤다.
"계속 청년작가라고 불리어 오셨는데 구시렁구시렁 일흔, 괜찮을까요?" 청년작가라는 이미지가 퇴색될까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박범신은 "청년작가, 그거 하기 힘들어! 감수성도 계속 예민하게 유지해야 되고 현역으로 계속 써내야 하고"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시집에 실은 산문 '제목 이야기'에서 자신 안의 '청년작가'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내 안에 뜨겁게 머무르며 눈부신 산화(散華)를 꿈꾸었던 너 나의 청년작가여!"
'밤늦게 늙은 아내와/ 마주 앉아/ 생막걸리 나누어 마시면서/ 구시렁구시렁/ 낮의 일로 또 싸운다// 삶의 어여쁜 새 에너지/ 구시렁구시렁에서 얻는다' (시 '구시렁구시렁 일흔' 전문)
박범신은 또 다른 산문 '꿈'에서 "평생 감금되어 있던 나의 시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아침"이라며 "본래 '시인'인 나를 지금이라도 부디 '시인'으로 너그럽게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시집에는 희노애락애오욕 칠정을 담은 시 140여 편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 그리고 단편소설 '아버지 골룸'이 실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당신이 지나고 나면/ 길은 그냥 텅 빈다// 내가 이윽고 남몰래/ 길이 되어 눕는다'(시 '갈망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전문)
박범신이 새 작품으로 돌아온 건 지난 2017년 11월 장편소설 '유리-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을 펴낸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다.
그는 온라인에 연재했던 이 소설을 원래 2016년에 낼 예정이었지만, 성 추문 논란에 휘말려 출판을 약 1년간 연기해야 했다.
당시 성 추문 이후 박범신은 두문불출하며 위안부 여성 등에 대한 200여 쪽 분량의 이야기를 추가해 최종본을 완성했다.
박범신은 당시 복귀 소회와 관련,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죽음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사건의 팩트를 다투거나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당시 같이 있었던 모든 여성분들이 공개적으로 '불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 그 팩트 자체는 인정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박범신(75)은 오랫동안 소설 문단을 대표해온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다.
1993년 절필을 선언했다가 1997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복귀한 이후 그는 '청년작가' 또는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예민한 '문청'(文靑)의 기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찬사였다.
박범신 자신도 이 별칭을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살자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박범신이 오랜만에 펴내는 새 책은 소설이 아니라 의외로 시집이다.
"시인답게 사는 게 평생 꿈이었다"는 그가 생애 두 번째 펴내는 시집인데, 제목이 '구시렁구시렁 일흔'. 다시 말해 제목부터 70대 노인임을 인정하는 걸 보니 '청년작가' 이미지에 더는 구애되지 않으려는 듯하다.
박범신은 이 시집의 제목을 정할 때 이를 출간할 '창이 있는 작가의 집' 대표와 두 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구시렁구시렁 일흔'이란 제목이 문뜩 생각났고 두 사람은 명쾌한 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출판사 대표는 한 가지 우려를 내비쳤다.
"계속 청년작가라고 불리어 오셨는데 구시렁구시렁 일흔, 괜찮을까요?" 청년작가라는 이미지가 퇴색될까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박범신은 "청년작가, 그거 하기 힘들어! 감수성도 계속 예민하게 유지해야 되고 현역으로 계속 써내야 하고"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시집에 실은 산문 '제목 이야기'에서 자신 안의 '청년작가'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내 안에 뜨겁게 머무르며 눈부신 산화(散華)를 꿈꾸었던 너 나의 청년작가여!"
'밤늦게 늙은 아내와/ 마주 앉아/ 생막걸리 나누어 마시면서/ 구시렁구시렁/ 낮의 일로 또 싸운다// 삶의 어여쁜 새 에너지/ 구시렁구시렁에서 얻는다' (시 '구시렁구시렁 일흔' 전문)
박범신은 또 다른 산문 '꿈'에서 "평생 감금되어 있던 나의 시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아침"이라며 "본래 '시인'인 나를 지금이라도 부디 '시인'으로 너그럽게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시집에는 희노애락애오욕 칠정을 담은 시 140여 편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 그리고 단편소설 '아버지 골룸'이 실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당신이 지나고 나면/ 길은 그냥 텅 빈다// 내가 이윽고 남몰래/ 길이 되어 눕는다'(시 '갈망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전문)
박범신이 새 작품으로 돌아온 건 지난 2017년 11월 장편소설 '유리-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을 펴낸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다.
그는 온라인에 연재했던 이 소설을 원래 2016년에 낼 예정이었지만, 성 추문 논란에 휘말려 출판을 약 1년간 연기해야 했다.
당시 성 추문 이후 박범신은 두문불출하며 위안부 여성 등에 대한 200여 쪽 분량의 이야기를 추가해 최종본을 완성했다.
박범신은 당시 복귀 소회와 관련,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죽음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사건의 팩트를 다투거나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당시 같이 있었던 모든 여성분들이 공개적으로 '불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 그 팩트 자체는 인정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