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무제한 공동 생동성시험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 비판
"복제약 신뢰 추락 우려…제조소 재검토·허가권자 의무 강화해야"

바이넥스가 허가와 달리 의약품을 불법으로 제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탁제조를 맡긴 국내 제약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바이넥스가 자체 생산한 6개 품목과 위탁 생산한 24개 회사 32개 품목을 판매 중지한 가운데 약사 단체는 의약품 품질 관리를 포기한 제약사는 퇴출당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9일 제약업계에서는 바이넥스의 불법 제조 사태로 국내에 성행한 복제약 위탁 생산의 실태가 드러났다며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약처는 바이넥스가 부산 제조소에서 의약품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했다고 보고 전날 6개 품목에 이어 이날 32개 품목에 대해서도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32개 품목은 바이넥스가 24개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위·수탁 제조해왔던 복제약이다.

단 조치 대상 품목은 생산실적이 크지 않아 국내 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복제약을 개발할 때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해 위탁 실시하는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허용하고 있다.

생동성 시험은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효 성분과 효능·효과 등이 동일한지 사람에게 투여해 확인하는 시험이다.

또 이미 생동성 시험을 거친 복제약을 만든 곳에 해당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면 별도 자료 제출 없이도 복제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넥스의 불법 제조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한 곳에서 제조돼 '쌍둥이 약'과 다름없는 의약품이 여러 제약사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는 현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탁 제조를 맡은 바이넥스가 허가와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하면서 다른 제약사의 제품도 무더기로 판매 중지에 처했고, 국내 복제약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공동 생동과 위탁 생산이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측면이 있다"며 "의약품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약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가 복제약의 위탁생동과 공동개발 허가제도 등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사회는 "무제한 위탁생동·공동개발 제도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며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국내 제조소를 재검토하고, 품목 허가권자의 의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바이넥스뿐만 아니라 바이넥스에 위·수탁을 맡긴 제약사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생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식약처 역시 바이넥스는 물론 바이넥스에 위탁한 제약사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김남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의약품관리과장은 "약사법상 위탁사와 수탁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위탁자는 의약품 제조법을 수탁사에 제공하게 돼 있고, 수탁자는 그에 따라 생산해 위탁자에 제조관리기록을 제출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넥스가 어떤 경위로 의약품을 허가사항과 달리 제조했는지 확인하면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넥스 불법제조 파문…위탁제조 성행 제약업계 '불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