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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755달러(작년 연평균 환율 기준 3747만3000원)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전년대비 0.3% 감소하면서 1998년(-7.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GNI는 국민총소득은 국민이 일정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뜻한다.

국민총소득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과거 1997년과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국민총소득은 2년 연속 하락했고,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과거 위기상황 당시엔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라며 "작년의 경우엔 GDP디플레이터가 1.3% 상승해서 플러스 요인이 있었지만 물량 요인은 역성장했고, 여기에 환율이 1.2%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면서 앞서 발표한 속보치와 동일했다. 지난 1998년(-5.1%)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민간소비가 감소하고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이는 1998년 민간소비(-1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는 늘었지만 음식숙박 등 서비스와 준내구재(의류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도 2.5% 감소하면서 1989년(-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도 3.8% 감소하면서 2009년(-6.9%)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1.2%↑…"올해 수출 호조 긍정적"

역대 연간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70년대 경제개발 이후 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을 1980년대와 1998년 외환위기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엔 0.8% 소폭 플러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0%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과거 위기 때처럼 1분기 만에 반등할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위기 때와는 발생 원인이 다르며, 경제주체들의 반응 행태가 다르다는 점에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2% 상승했다. 속보치인 1.1%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수출이 반도체·화학제품 중심으로 5.4% 늘었다. 통관을 국제수지 자료로 바꾸면서 속보치(5.2%)보다 소폭 상향된 것이다. 민간소비도 서비스와 재화 소비가 위축되면서 1.5% 감소했지만 속보치(-1.7%)보다는 올랐다.

여기에 올해 1~2월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신승철 국민계정부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서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그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통관 수입에선 기계류 수입이 많이 되고 있는데 설비투자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GDP디플레이터가 1.3% 상승해 2019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점도 경기에 우호적인 지표로 풀이된다. 이는 2017년(2.2%) 이후 최고치다. 내수 디플레이터가 낮아졌지만, 수출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하락했다. 원유나 원자재 가격과 같은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 입장에서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국민의 명목소득을 늘리는 만큼 내수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