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과거 허물 무겁게 등에 지고 작품 쓰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표절 파문' 6년 만에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젊은 날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부주의함 깊이 사과"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
표절 파문 이후 6년 만에 신작 장편을 출간한 소설가 신경숙이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 가겠다"고 밝혔다.
신경숙은 3일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 "발등에 찍힌 쇠스랑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내"
신경숙은 지난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돼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9년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지면을 통해 사과를 표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 검정 니트 차림으로 등장한 신경숙은 다소 긴장한 듯한 얼굴로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라며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의도적 표절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사과한 신경숙은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라며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고, 작품을 계속 쓰면서 독자분들께 드렸던 실망을 갚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독자들은 제게 이번 작품에 나오는 J시처럼 대자연 같은 의미"라며 "이 책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담겨있다"고 했다.
지난 6년에 대해서는 "30여 년 동안 써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혼자 있었지만 문학 속에 가장 깊이 있던 시간이었고, 쓰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작가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기도 했다"라며 "그런 시간이 저한테는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이란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10년 후에 누군가 넌 뭘 했느냐고 하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20년 후에도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11년 만의 장편…"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신경숙의 신작 출간은 단행본으로는 8년 만이며, 장편으로는 11년 만이다.
2008년 출간돼 41개국에 번역 출판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가는 아버지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가 입원하자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화자가 돌보러 가면서 시작된다.
J시에서 아버지 함께 지내는 시간과 아버지의 지난 인생이 교차하며 소설은 아버지의 삶으로 들어간다.
열네 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가장이 된 아버지는 송아지를 기르고 호리쟁기질을 배운다.
열일곱에 전쟁이 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가서는 4·19혁명을 겪는다.
자식 여섯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소 값이 폭락하자 1980년대 소몰이 시위에 참여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며 묵묵히 산 아버지는 자식들이 학사모를 쓴 사진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
흔히 가부장적으로 그려졌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소외돼 있던 아버지의 삶을 다시 보고, 자신의 상처와도 마주한다.
신경숙은 "이 세상에 아무 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나'는 신경숙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듯 글쓰기에 대한 마음도 고백한다.
"아버지가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잘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아버지,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라고 할 뻔했다.
나는 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 라고."(93쪽)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신경숙은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이번 책을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라며 "노동자의 하루와 그에 얽힌 죽음의 문제를 다음 작품으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젊은 날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부주의함 깊이 사과"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
표절 파문 이후 6년 만에 신작 장편을 출간한 소설가 신경숙이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 가겠다"고 밝혔다.
신경숙은 3일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 "발등에 찍힌 쇠스랑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내"
신경숙은 지난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돼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9년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지면을 통해 사과를 표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 검정 니트 차림으로 등장한 신경숙은 다소 긴장한 듯한 얼굴로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라며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의도적 표절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사과한 신경숙은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라며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고, 작품을 계속 쓰면서 독자분들께 드렸던 실망을 갚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독자들은 제게 이번 작품에 나오는 J시처럼 대자연 같은 의미"라며 "이 책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담겨있다"고 했다.
지난 6년에 대해서는 "30여 년 동안 써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혼자 있었지만 문학 속에 가장 깊이 있던 시간이었고, 쓰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작가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기도 했다"라며 "그런 시간이 저한테는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이란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10년 후에 누군가 넌 뭘 했느냐고 하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20년 후에도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11년 만의 장편…"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신경숙의 신작 출간은 단행본으로는 8년 만이며, 장편으로는 11년 만이다.
2008년 출간돼 41개국에 번역 출판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가는 아버지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가 입원하자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화자가 돌보러 가면서 시작된다.
J시에서 아버지 함께 지내는 시간과 아버지의 지난 인생이 교차하며 소설은 아버지의 삶으로 들어간다.
열네 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가장이 된 아버지는 송아지를 기르고 호리쟁기질을 배운다.
열일곱에 전쟁이 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가서는 4·19혁명을 겪는다.
자식 여섯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소 값이 폭락하자 1980년대 소몰이 시위에 참여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며 묵묵히 산 아버지는 자식들이 학사모를 쓴 사진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
흔히 가부장적으로 그려졌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소외돼 있던 아버지의 삶을 다시 보고, 자신의 상처와도 마주한다.
신경숙은 "이 세상에 아무 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나'는 신경숙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듯 글쓰기에 대한 마음도 고백한다.
"아버지가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잘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아버지,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라고 할 뻔했다.
나는 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 라고."(93쪽)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신경숙은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이번 책을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라며 "노동자의 하루와 그에 얽힌 죽음의 문제를 다음 작품으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