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혜윤·신한 김단비 "최초로 3·4위 챔프전 해보자"
우리은행 '캡틴' 박혜진 "후배들이 감독님 어떻게 밟을지 기대"
여자프로농구 '최다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에선 우승하면 시상식 때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을 '밟는' 세리머니가 전통처럼 자리 잡고 있다.

위 감독을 헹가래 친 뒤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밟으며 혹독한 훈련에 대해 나름의 '복수'를 하는 건데, 위 감독이 2012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서만 6차례 우승했으니 여자농구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2020-2021시즌 통산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이어질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박혜진(31)은 또 한 번의 세리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팀을 대표해 참석한 박혜진은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고 시상식을 하는데 (박)지현이가 저에게 '언니, 감독님 언제 밟아요'라고 물어보기에 '지금은 아니다'라고 얘기해줬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2018-2019시즌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박지현은 첫해 팀이 우승을 놓치고, 지난 2019-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정규리그 도중 조기 종료 하면서 1위에 오르고도 세리머니를 할 기회가 없었다.

우리은행 '캡틴' 박혜진 "후배들이 감독님 어떻게 밟을지 기대"
'호랑이 감독'으로 소문난 위 감독이 이번 시즌엔 예년보다 부드러워진 면모를 드러내긴 했으나 팀의 '미래'로 평가받는 박지현에겐 유독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박지현이 '밟기 세리머니'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박혜진은 "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이 감독님을 어떻게 밟을지 기대가 된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도 우승을 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평균 17.4점, 4.5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해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앞장섰지만, 족저근막염으로 결장하며 19경기밖에 나서지 못해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한 개인상 후보 기준은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혜진은 "팀이 1위를 할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운이 따라서 1위를 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팀에서 MVP가 나왔다면 김소니아가 받았으면 했는데, 그게 아쉬울 뿐 제 개인적으론 아쉬운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PO는 단기전인 만큼 변수가 많고 의외의 인물이 잘해줘야 한다.

제가 아는 우리 후배들은 오히려 즐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서로 믿고 뭉쳐서 정규리그 1위다운 좋은 경기력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우리은행 '캡틴' 박혜진 "후배들이 감독님 어떻게 밟을지 기대"
PO에서 맞붙을 용인 삼성생명은 물론 챔프전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팀들도 우리은행의 세리머니를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기세다.

삼성생명의 주장 배혜윤은 "우리와 신한은행이 각각 PO에서 이겨서 최초로 정규리그 3·4위가 챔프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도발했고, 신한은행의 김단비도 "우리은행과 KB는 챔프전 경험이 많지 않으냐"며 맞장구를 쳤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른 청주 KB의 박지수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3차전까지 가서 좋은 경기를 하길 바란다"며 '고전'을 기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