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자 나다브 이얄의 '리볼트' 번역 출간

"진보의 숙적과 새로운 적들은 반세계화 동력을 이용한다.

이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세계 체제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대신 그 불만을 이용하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이스라엘의 기자 나다브 이얄은 저서 '리볼트'(까치글방)에서 진보를 '이성과 사실을 신뢰하고 과학기술을 통해서 인간 조건을 개선한다'는 계몽주의적 관점으로 정의하고, 세계화 덕분에 인간의 조건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진보의 적'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포퓰리즘적 인종주의자 정치인, 과학을 거부하는 사기꾼, 바쿠닌을 신봉하는 무정부주의자, 근본주의자,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가상의 공동체, 전체주의 선동가, 신러다이트주의자, 음모론 숭배자' 등이 반세계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베테랑 기자인 저자는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각지에서 일어난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달한다.

책이 다루는 인물들은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와 그리스 신나치주의 정당의 기반이 된 정치인 콘스탄틴 플레브리스 등에서부터 시리아 난민, 미국 러스트벨트의 주민 등까지 다양하다.

20년에 걸친 취재의 결과물이라는 이 책에서 저자는 "반세계화 운동은 이질적인 집단들의 연합으로 일어난다"며 무역분쟁과 난민, 테러, 환경오염, 저출산, 극단주의, 포퓰리즘, 탈진실 등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국이 사명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세계는 비교적 안정된 시대에 진입했는데 이 시대를 '책임의 시대'(the age of responsibility)라고 정의한다.

'책임의 시대'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9·11 테러로 끝났으며 이 무렵 세계화에 저항이 시작됐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세계화가 인간의 조건을 개선했지만, 공동체를 약화하고 생태계를 훼손했으며 반발의 씨앗도 심었다"고 지적한 저자는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지금 수많은 영역에서 일관성 없고 체계적이지 않은 저항이 다양한 모습으로 맹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세계화된 세계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저항의 질적인 측면도 서로 연결돼 있다.

포퓰리즘, 근본주의, 반유대주의, 인종적 민족주의 등을 개별 사건으로 생각하면 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세계는 경제 질서와 각국이 국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고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개혁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세계화 운동이 진보 자체에 반대하는 일종의 십자군 전쟁처럼 변질된다면 개혁의 기회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한다.

특히 새로운 세계화는 평범한 사람들과 중산층에게만 유익해서는 안 되며 세계화 때문에 강제로 붕괴할 위험에 처한 공동체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전 시대에 지어진 집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더욱 살 만한 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
이스라엘의 저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추천사에서 "오늘날 세계화의 위기를 훌륭하게 다루며 우리의 생각을 일깨운다.

모든 사람이 나다브 이얄의 해석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무관심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