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며 울고, 잠이 온다고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6개월 된 아이.
영화 '아이'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육아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가는 싱글맘 '영채'(류현경)와 대학교 아동학과 졸업을 앞둔 보호종료 아동 '아영'(김향기)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한다.

영채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아들 '혁'을 키워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버겁다.

엄마로서 자격이 부족해 아이가 고생한다는 죄책감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런 영채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베이비시터가 아영이다.

고아인 아영은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순간부터 자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교에서 아동학을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지만, 영채가 씌운 누명으로 앞날은 더 캄캄해진다.

어른이지만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영채와 아직 아이지만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아영.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통해 싱글맘과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돌봄의 사각지대를 들춰낸다.

그렇다고 이들의 불우하고 암울한 현실에 집중하거나, 이를 무한한 긍정 에너지로 극복해나가는 신파로 끌고 가지 않는다.

'아이'가 주는 묵직한 울림은 고달픈 삶을 헤쳐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연대에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삶에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발견하고,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영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우리의 일'이 된다.

여기에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유흥업소 사장 '미자'(염혜란)의 존재가 연대감을 완성한다.

삶의 무게를 나눠질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아이'는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한 이들에게 이런 깨달음을 넌지시 전해준다.

그래서 영화 속 아영이 영채에게 건네는 "내가 도와줄게요"라는 대사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아울러 영화는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에도 의문을 던진다.

아영의 학교 아동학과 수업에서는 편부모 가정을 양육에 있어 저해요소라고 언급하거나, '정상가족'과는 다른 것처럼 구분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영화는 싱글맘과 보호종료 아동이 가진 결핍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 결핍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한다.

김현탁 감독은 최근 열린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저런 사람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저런 사람들이 키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에 반문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아이'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의 출연진이 여성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산다.

영채의 직업을 유흥업소 직원으로 설정하긴 했지만,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았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악바리처럼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류현경의 생활 연기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김향기의 내면 연기도 적당한 균형감을 이룬다.

오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