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채운 영화 '세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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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제작 맡은 문소리 "내면 닮은 캐릭터에 끌탕"
세 자매가 있다.
세 자매 모두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셋 다 이상하기까지 하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가끔 찾아와 돈만 뜯어가는 남편과 엄마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사춘기 딸 앞에서도 항상 웃으며 미안하다고만 한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가족이 아닌 꽃집에 온 손님에게 처음 털어놓는다.
독실한 교회 신자이자 우아한 성가대 지휘자인 둘째 미연(문소리)은 번듯한 아파트에 다정한 교수 남편까지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지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면서 내면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극작가인 막내 미옥(장윤주)은 아들이 있는 장사꾼 남자와 결혼해 '돈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고, 슬럼프에 빠져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흑백의 회상 장면이 잠깐씩 끼어들 때마다 세 자매의 어린 시절이, 세 자매가 껴안고 묻어둔 상처들이 조각을 맞춰나간다.
'세자매'는 '소통과 거짓말'(2015)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은 이승원 감독과 배우 문소리와의 인연에서 시작된 영화다.
당시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언젠가 꼭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독은 문소리와 아내인 배우 김선영을 두고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미옥 역의 장윤주까지 합류하며 영화는 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꽉 채워졌다.
19일 온라인으로 만난 문소리는 "당시 '소통과 거짓말'에서 김선영 씨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며 "이 감독의 작품에는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남들이 손가락질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고 그런 것들이 합쳐져 '세자매'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로 주연은 물론 감독과 제작자로서 이미 경험을 쌓은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딱 초고만 있는 상황이었어요.
투자나 제작 환경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죠. 이야기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하고 싶은 마음에 감독과 프로듀서를 만나 예산과 캐스팅 등을 같이 논의하다 보니 두 분이 공동 프로듀서를 제안해주셨어요.
늘 같이 고민해 왔고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했죠."
제작자로서의 경험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연기만이 아닌, 영화 전반에 함께 하는 건 데뷔작인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자세라고도 했다.
그는 "이 감독님은 배우가 들어와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을 가르쳐주셨다"며 "프리 프러덕션 때 헌팅까지 따라다녔다"고도 했다.
제작자로서는 감독이나 다른 스태프, 배우들과 호흡이 좋아 즐겁게 일했다면, 배우로서는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을 한 듯했다.
문소리가 연기한 미연은 '가식덩어리'다.
우아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끝마다 하나님 아버지를 찾고 모두에게 기도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목사의 손을 잡고 올리는 기도는 '신도시 51평 아파트'다.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뒤에는 우아한 가면을 쓴 채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108배를 자주 하고 종종 절을 찾는 불자인 문소리는 전혀 알지 못했던 기독교 문화를 익히기 위해 몇 달 동안 교회에 나가 찬송가를 배우고 지휘 레슨을 받았다.
여자 형제가 없는 것도, 입는 옷 스타일도 미연과 완전히 달랐다.
문소리는 "미연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겠는데, 알겠어서 짜증 나는 심정"이었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열흘 전까지 미연을 와락 껴안지 못하고 끌탕을 하다가 결국 만난 캐릭터"라고 했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데, 내면적으로는 미연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근데 저 스스로 나의 이런 면은 짜증 난다고 생각하는, 밖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미연과 닮아서 반갑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죠." 하지만 그는 "자매로서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내가 미옥 같기도 하고, 희숙 같기도 해서 세 사람의 이야기인지 한 사람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며 "(관객들도) 결국엔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배우 정재영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가 오는 3월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정재영을 수상자로 강력하게 주장했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연합뉴스
세 자매가 있다.
세 자매 모두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셋 다 이상하기까지 하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가끔 찾아와 돈만 뜯어가는 남편과 엄마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사춘기 딸 앞에서도 항상 웃으며 미안하다고만 한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가족이 아닌 꽃집에 온 손님에게 처음 털어놓는다.
독실한 교회 신자이자 우아한 성가대 지휘자인 둘째 미연(문소리)은 번듯한 아파트에 다정한 교수 남편까지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지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면서 내면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극작가인 막내 미옥(장윤주)은 아들이 있는 장사꾼 남자와 결혼해 '돈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고, 슬럼프에 빠져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흑백의 회상 장면이 잠깐씩 끼어들 때마다 세 자매의 어린 시절이, 세 자매가 껴안고 묻어둔 상처들이 조각을 맞춰나간다.
'세자매'는 '소통과 거짓말'(2015)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은 이승원 감독과 배우 문소리와의 인연에서 시작된 영화다.
당시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언젠가 꼭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독은 문소리와 아내인 배우 김선영을 두고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미옥 역의 장윤주까지 합류하며 영화는 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꽉 채워졌다.
19일 온라인으로 만난 문소리는 "당시 '소통과 거짓말'에서 김선영 씨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며 "이 감독의 작품에는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남들이 손가락질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고 그런 것들이 합쳐져 '세자매'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로 주연은 물론 감독과 제작자로서 이미 경험을 쌓은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딱 초고만 있는 상황이었어요.
투자나 제작 환경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죠. 이야기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하고 싶은 마음에 감독과 프로듀서를 만나 예산과 캐스팅 등을 같이 논의하다 보니 두 분이 공동 프로듀서를 제안해주셨어요.
늘 같이 고민해 왔고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했죠."
제작자로서의 경험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연기만이 아닌, 영화 전반에 함께 하는 건 데뷔작인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자세라고도 했다.
그는 "이 감독님은 배우가 들어와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을 가르쳐주셨다"며 "프리 프러덕션 때 헌팅까지 따라다녔다"고도 했다.
제작자로서는 감독이나 다른 스태프, 배우들과 호흡이 좋아 즐겁게 일했다면, 배우로서는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을 한 듯했다.
문소리가 연기한 미연은 '가식덩어리'다.
우아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끝마다 하나님 아버지를 찾고 모두에게 기도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목사의 손을 잡고 올리는 기도는 '신도시 51평 아파트'다.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뒤에는 우아한 가면을 쓴 채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108배를 자주 하고 종종 절을 찾는 불자인 문소리는 전혀 알지 못했던 기독교 문화를 익히기 위해 몇 달 동안 교회에 나가 찬송가를 배우고 지휘 레슨을 받았다.
여자 형제가 없는 것도, 입는 옷 스타일도 미연과 완전히 달랐다.
문소리는 "미연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겠는데, 알겠어서 짜증 나는 심정"이었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열흘 전까지 미연을 와락 껴안지 못하고 끌탕을 하다가 결국 만난 캐릭터"라고 했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데, 내면적으로는 미연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근데 저 스스로 나의 이런 면은 짜증 난다고 생각하는, 밖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미연과 닮아서 반갑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죠." 하지만 그는 "자매로서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내가 미옥 같기도 하고, 희숙 같기도 해서 세 사람의 이야기인지 한 사람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며 "(관객들도) 결국엔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배우 정재영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가 오는 3월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정재영을 수상자로 강력하게 주장했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