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1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 S&P500지수 포함 종목의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를 쓴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뒤 3분기까지는 기업 이익이 가파르게 회복했으나 4분기 들어서는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레프코위츠 연구원은 다만 올해 연간 EPS는 전년 대비 26% 개선될 것으로 봤다. 내년 EPS도 전년 대비 11% 상승을 점쳤다. 다만 미국 바이든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크기와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시장은 새 정부의 증세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은 2022년 기업 이익 개선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미국 증시는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2개월 전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뒤 8% 상승했다. 레프코위츠 연구원은 “올해도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되면서 주가 반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S&P500지수 목표치를 4000으로 설정했다. 이 목표치는 이날 종가(3795.54)보다 5% 정도 높다.올해 유망 분야로는 임의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산업재 분야를 포함해 중소형주를 꼽았다. 성장주는 가치주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레프코위츠 연구원은 “백신이 나오고 더 큰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서 경제 활동이 점차 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주가가 덜 오른 중소형주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지난 8일 현대자동차와 애플이 전기차 생산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1주일이 지났지만 추가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기밀 유지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애플 특유의 원칙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미 CNBC는 "애플과 사업을 하는 기업은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서는 안된다"며 14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CNBC는 현대차와 애플의 전기차 생산 논의를 예로 들었다. 협력설 보도 이후 현대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CNBC는 이 설명에 '애플'이라는 사명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협력사에 비밀유지를 강조하는 애플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플과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보통 엄격한 비공개 협정을 준수한다는 설명이다. 공기업, 애플의 주요 고객사도 예외는 없다고 한다.비공개 협정은 테크기업 사이에서 흔한 일이지만, 애플은 더 심각하게 비밀유지를 요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애플의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파트너사는 언론 혹은 공개적으로 애플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CNBC는 전했다. 애플과의 협업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비밀유지 요구에 대해 "애플과 일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표현했다.CNBC는 애플에 사파이어 글래스를 공급했던 GT어드밴스의 사례를 꼽았다. 이 회사는 과도한 부채로 인해 2014년 10월 파산했는데, 그 과정에서 애플과 맺은 비밀유지 계약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GT어드밴스가 비밀유지 협약을 어기면 건당 5000만 달러를 애플에 지급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아이폰용 강화 유리 공급사인 코닝도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올해 초 웬델 위크스 코닝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12 출시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는 코닝의 새로운 강화유리에 대해 언급하기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0월에는 "애플의 이름을 크게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회사에서는 아무도 애플을 애플이라고 부르지 않고 별도의 코드명으로 지칭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애플의 비밀주의는 잘 알려져있다. 애플을 '과일회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애플이 강한 비밀주의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잡스는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늘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에도 애플은 '놀라움과 즐거움'에 중점을 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때문에 애플은 아직 출시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세부 사항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로 여긴다. 애플은 직원들에게 사업 정보를 공급 업체에 공개할 때 매우 선별적이어야 한다고 교육한다. 반드시 비공개 합의가 이뤄진 뒤에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