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합의 따라 3월 25일부터 새 항로·관제 체계 단계적 도입
한일 관제 이원화 구간 한국으로 일원화…한중 관제직통선 구축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하늘길로 손꼽히는 제주남단 항공회랑(Corridor)과 서울∼동남아행 항로의 교차구간 항공관제를 한국이 맡게 됐다.

또 정식 항로 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온 한중 간 운행 노선에 국제규정에 따른 정규 항공로가 설치된다.

국토교통부는 한중일 3국의 관제권이 얽혀 사고 우려가 컸던 제주남단 항공회랑에 새로운 항공로와 항공관제 체계를 도입하기로 지난달 25일 중국·일본과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25일부터 제주남단 항공회랑에 새 항공로와 항공관제 체계가 단계적으로 구축·운영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19년 11월 27일 한중일 3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보고한 잠정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3국은 당초 지난해 4월 23일 새 항공로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시행이 약 1년 미뤄졌다.

항공회랑은 항공로 설정이 곤란한 특수 여건에서 특정 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한 구역을 지칭한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1983년 3월 ICAO 조정·중재에 따라 한중일 3국 합의로 설정됐다.

이 항공회랑은 한국 비행정보구역(FIR) 안에 있으나 동경 125도를 기준으로 서쪽은 중국이 관제하고, 동쪽은 일본이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등 한중일 관제권이 얽혀있어 안전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다가 이곳을 지나는 항공 교통량이 크게 늘어 사고 위험도 커가는 상황이다.

항공회랑 설정 당시인 1983년 하루 평균 10대에 불과했던 교통량은 2019년 하루 평균 580대로 급증했다.

이에 한중일 3국은 2019년부터 워킹그룹을 구성해 2년여간 집중적으로 항공회랑 정상화 방안을 협상한 결과 기존 항공회랑이 설정 37년 만에 폐지되고 새 항공로와 항공관제 체계가 놓이게 됐다.

우선 이번 합의에 따른 1단계 조처로, 동서와 남북 항공로의 교차 지점이 있어 항공 안전에 우려가 컸던 일본 관제권역의 관제를 한국이 맡게 된다.

현재 제주 남쪽에서 동남아로 가는 항로는 한국이 관제하고 동남아 항로가 지나는 구간의 동서 방향 항공회랑은 일본이 관제하고 있는데, 해당 구간의 항공회랑 관제권을 한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일본 관제구역이 한국으로 일원화됨으로써 항공 안전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항공회랑과 동남아행 항공로 교차구간의 사고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일 연결구간에는 복선 항공로가 조성돼 안전성이 한층 강화된다.

또 중국 관제권역은 한·중 간 공식적인 관제 합의서를 체결하고 국제규정에 맞춰 한·중 관제기관 간 직통선을 설치하는 등 완전한 관제 협조체계가 구축된다.

현재 서울에서 상하이(上海) 등 중국 남부로 이동하는 노선은 공식 항공로가 없어 제주남단 항공회랑을 이용하고 있는데, 국제 기준에 따른 관제 직통선이나 관제 합의서에 따른 비행 정보 교환이 없어 관제 협조 체제가 불완전한 상태였다.

이런 내용 등을 담은 1단계 합의 조처는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2단계로는 한·중 간 추가 협의를 통해 당초 ICAO 이사회에 보고·합의된 대로 인천 비행정보구역 전 구간에 새 항공로를 구축하게 된다.

2단계 조처는 잠정적으로 6월 17일 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우수한 항행 인프라와 관제 능력을 기반으로 1단계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한·중 간 남은 협의도 조속히 마무리해 2단계 운영 준비에도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

김상도 실장은 "냉전 체제의 산물인 항공 회랑을 거두고 새로운 항공로와 관제 운영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며 "제주 남쪽 비행정보구역의 항공 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항공 교통망의 효율성도 높여 국제항공 운송을 더 잘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4년 한·중 항공협정 체결 이후 수십 년간 비정상적으로 운영돼온 서울∼상하이 정기노선 항공편이 이제부터는 국제규정에 맞게 설치된 정규 항공로를 이용해 정상적인 항공관제 서비스를 받으며 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