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우주비행사를 우주선 밖으로 쫓아내려는 장면이 나온다.
AI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결정하게 되면서 AI는 인간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과 대결하는 적으로 변모한다.
영화가 그리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AI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9일 과학계에 따르면 우리는 뉴스를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쇼핑할 때 AI의 선택에 의지한다.
면접을 볼 때도 AI 면접관과 함께한다.
이처럼 AI는 선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효율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AI가 '기술 특이점'에 도달할 경우에 발생한다.
기술 특이점이란 AI가 스스로 생각하며 의식을 갖는 단계를 말한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AI 컴퓨터 '할'이 기술 특이점의 예다.
일부 과학자는 AI가 딥러닝 등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면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예측한다.
비록 기술적 특이점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생활 여러 측면에 자리 잡은 AI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잠재적 해악'을 예방할 필요는 있다.
과학계와 전문가들은 기계가 의식을 확립하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AI 윤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양한 국제기구가 AI 윤리 규범을 제정했다.
일본이나 독일 등 해외 국가도 정부 차원에서 '인간 중심의 AI'에 방점을 찍은 가이드라인 원칙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지난해 말 '인간성'에 주안점을 둔 'AI 윤리기준'을 마련했다.
한국 정부는 AI 창작물 권리 주체 등을 따지는 법체계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서둘러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앞으로 AI가 일상생활, 나아가서는 안보·경제 등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 세계 가이드라인이 '인간을 위한 AI'를 명시한 것은 AI를 인간에 유용한 방향으로 개발·활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AI 윤리기준 서문에는 "모든 인공지능은 '인간성을 위한 인공지능'을 지향하고, 인간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간 고유의 성품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고 함양하도록 개발되고 활용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AI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대할 것인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지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