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장기계약 대신 4년 계약 선택…자신에게 모험 걸었다"
"자신감과 겸손함 동시에 갖춘 김하성, 빅리그 성공 확신"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에이전트는 본격적으로 협상한 메이저리그 구단만 약 6개 팀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인 'ISE 베이스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운 에이전트인 마크 피퍼는 7일(한국시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엄청난 관심을 드러내고, 전체 과정을 함께한 메이저리그 구단만 약 6개 팀"이라고 소개했다.

65명의 현역 메이저리거를 고객으로 둔 에이전트인 피퍼는 "김하성에게 5∼6년 장기계약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며 "미국에서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 김하성에게 이런 장기계약 제안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김하성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의 선택은 샌디에이고였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4+1년에 최대 3천900만달러(약 424억3천만원)를 받는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피퍼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등 인상적인 라인업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열망과 샌디에이고 프런트의 우승 의지에 대한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포지션 중복 문제가 있었음에도 김하성에게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인가가 선택의 큰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계약 대신 4년 계약한 것을 두고 "김하성이 4년 뒤에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돼서 거액 계약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며 "김하성은 자신에게 모험을 걸었다.

전략적 선택이자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피퍼는 1∼2년차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는 점에 대해선 "샌디에이고 구단이 김하성에게 2루수로서 엄청난 출전 기회를 약속했다"며 1∼2년 차에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퍼는 아울러 김하성에 대해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갖춘 선수"라며 빅리그 성공을 확신했다.

ISE 베이스볼은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 데이비드 오티스가 속했던 미국의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로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이 고객이다.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뛰는 투수 케이시 켈리도 'ISE 베이스볼'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퍼는 "한국에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올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말해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잇는 가교 구실을 앞으로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마크 피퍼와의 일문일답.
-- 김하성과 같이 일하게 된 계기는. 언제부터 고객이었나.

▲ 관심을 가진 건 한참 됐다.

많은 기사를 읽고, 그의 플레이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뒤 약 1년 전에 그의 한국 매니지먼트팀에 연락해 우리가 김하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쪽에서도 여러 사람과 논의한 끝에 우리를 선택해줬다.

그 이후는 정말 좋았다.

나는 김하성의 한국 매니지먼트팀의 모든 사람과 매우 잘 지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줌(Zoom)으로 많은 시간 소통했고, 김하성이 미국에 올 때까지 줌으로 모든 작업을 수행했다.

-- 야구 선수와 한 사람으로서 김하성에게 받은 첫인상은.
▲ 야구 선수로서 김하성은 장점이 많다.

매우 독특한 기술조합을 갖춘 선수다.

타율이 높고, 파워가 있고, 베이스러닝을 극히 잘한다.

운동 신경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다재다능하다.

내야 어디에서나 뛸 수 있다.

매우 낮은 삼진율과 매우 높은 출루율,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서도 정말 잘한다.

그는 경기에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많은 요소를 갖춘 선수다.

한 사람으로서 그는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극도로 헌신하고 열심히 훈련한다.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점은 김하성의 자신감 있는 겸손함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있지만, 경기와 비즈니스에 접근하는 방식은 겸손하다.

그는 경기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매우 좋은 조합이다.

거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다.

-- 김하성의 포스팅에 총 몇 개 구단이 관심을 드러냈나.

▲ 엄청난 관심을 드러내고 전체 과정을 거쳤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팀은 약 6개 정도다.

그가 선택하지 않은 구단을 존중해 구체적인 구단명은 밝히고 싶지 않다.

김하성에게 5∼6년 장기 계약을 제안한 구단도 있었다.

미국에서 한 번도 뛰지 않았던 선수에게 이런 장기 계약을 제안한 구단이 있었다는 건 많은 걸 말해준다.

하지만 김하성은 장기 계약 대신 4년 계약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모험을 걸었다.

젊은 나이에 FA가 되기 위한 판단이다.

전략적이고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선수가 잘한 것 같다.

-- 다른 팀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샌디에이고를 택한 이유는.
▲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매우 인상적인 라인업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우승에 대한 샌디에이고 구단 프런트의 의지에 대한 믿음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샌디에이고 구단이 우승을 위해 어떤 계획을 짜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샌디에이고행을 결정했다.

타이밍이 절묘했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샌디에이고가 블레이크 스넬, 다르빗슈 유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그들의 약속을 지켰다.

우리가 샌디에이고행을 결정했을 때는 스넬과 다르빗슈 영입을 모를 때였다.

-- 샌디에이고에서 스타 선수들과 함께하니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은 적을 듯하다.

▲ 김하성은 정말 좋은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는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압박에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압박이 가해질 때 잘하는 선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라인업의 일부가 된다면 메이저리그 선수로의 변신은 더 쉬워지리라 생각한다.

-- 김하성의 여러 장점 중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높이 평가한 것은.
▲ 내가 말한 전부인 것 같다.

그는 타율이 높고 파워가 있고, 삼진율이 매우 낮다.

삼진율이 낮다는 건 볼과 스트라이크를 고를 줄 아는 선구안이 있다는 건데, 파워 있는 타자가 선구안까지 갖추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25세다.

갈수록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

장타율, 홈런, 출루율, 볼넷 비율 등 몇 가지 주요 통계가 좋아지고 있다.

그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아주 어리다.

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시즌은 정말 길다.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그만큼의 기량을 갖추지 못한 선수를 40인 로스터에서 빼 오는 것과 다른 주전 선수로 수비를 대체하는 것은 큰 차이다.

또한 그게 바로 성공하는 팀의 비결이다.

성공하는 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의 운동 능력과 수비적인 다양성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상 선수가 나오더라도 기존 선수를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써서 전력 누수를 막을 수 있다.

-- 김하성은 3루수나 유격수 자원이 필요한 다른 팀에 갔으면 확실한 주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김하성 포지션에 관한 얘기는 얼마나 오갔나.

▲ 그게 가장 어려웠던 결단이었다.

김하성이 KBO리그에서 뛰었던 유격수와 3루수는 이미 매우 좋은 선수들(타티스 주니어, 마차도)이 차지하고 있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의 설명을 옮기면 김하성은 2루수 자리에서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때 (유격수 또는 3루수로) 출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성은 기본적으로 팀 플레이어다.

그는 팀에 맞출 의향이 있었다.

사심 없는 결정이었다.

그가 어느 팀을 선택할지 정하는 방정식에서 우승은 가장 큰 변수였다.

-- 김하성은 2023년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거부권을 포함하는 게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는 데 결정적이었나.

▲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김하성에게 큰 고려사항이었다.

하지만 그의 계약금액을 보면 샌디에이고가 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서 얻을 이득이 없다.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김하성에게 메이저리그 보장 연봉을 지불해야 하고, 그의 서비스 타임도 그대로 흘러간다.

1∼2년 차에 스윙 교정 등이 필요할 때 잠시 마이너리그에 보내 다듬을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전부다.

(3년 차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넣은 것은) 3년 차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내용으로 계약을 타협하고 합의했다.

-- 그렇다면 1∼2년 차에는 적응기가 필요해서 마이너리그에 갈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면 마이너리그에서 하기가 더 쉽다.

계약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느낌은 우리가 다시는 이 문제를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마이너리그에 보내려고 계약한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매 경기 라인업에 넣으려고 계약했다.

이 조항에 대해 다시 얘기할 일이 없길 바란다.

-- 앞으로 다른 한국 선수들과 손을 잡을 계획인가.

▲ 물론이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올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진 않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