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과 기교 등 소설가의 문학적 재능을 가늠하려면 그의 단편을 펼쳐보라는 게 문학계의 금언이다.

모든 이야기는 단편에서 시작되며, 플롯과 상상력의 출발점도 단편이다.

지난 세기 최고 이야기꾼 중 하나로 불렸던 로알드 달(1916~1990)의 소설적 재능도 그의 단편 작품들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악마에 영혼을 팔고 얻은 듯한 비범한 문학적 능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평단은 달의 주요 단편들을 가리켜 "그의 사악함이 가장 빛난다"고 평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출판사 교유서가는 올해 로알드 달 타계 30주기를 맞아 달의 걸작 단편 25편을 묶어 베스트 소설집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로 재출간했다.

전문 번역가인 정영목, 허진, 박종윤, 손명희, 이혜정, 정해영, 최희영이 번역에 참여했다.

모두 3권이며 양장 하드케이스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로알드 달의 악마적 재능을 농축한 단편집
이상하고 기묘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짧은 소설 안에서도 반전이 거듭되는 절묘한 플롯을 선보인다.

풀의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기계, 하숙생들을 박제로 만드는 하숙집 여주인, 돼지 도살장에서 죽는 소년의 이야기 등을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무엇보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인간 욕망과 집착의 본질을 적나라하면서도 냉정하게 드러내는 솜씨는 천재적 재능을 넘어 비범함의 끝을 보여준다.

이 같은 작가적 날카로움이 무한한 상상력과 만나 블랙 유머로 승화하는 것도 달의 작품이 보여주는 미덕이다.

1916년 영국 사우스웨일스 노르웨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달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한 석유회사의 아프리카 지사에서 근무한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하지만, 이집트에서 크게 다친다.

달은 전투기 조종사로서 실전 경험을 담은 단편소설들을 미국 유력 잡지에 발표하며 이야기꾼으로서 명성을 키웠다.

첫 단편집 '응답 바람'에 이어 두 번째 단편집 '당신을 닮은 사람'으로 에드거 앨런 포 상과 미국 미스터리 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마틸다' 등 세계적 인기를 끈 동화를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소설, 동화, 시나리오, 시 등 다양한 장르에서 천재적 재능을 드러낸 달의 작품은 63개 언어로 옮겨져 세계적으로 2억 부가 넘게 팔렸다.

2000년 실시한 '세계 책의 날' 설문조사에서 세계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뽑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