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등 한국 문화가 많은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K-컬처 in 쿠바 : 쿠바에서 한류를 찾다'를 펴낸 홍지영(49) 작가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쿠바를 찾으면서 변화를 실시간으로 느꼈다"며 "그 중심에는 한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000년 미국에 정착해 남네바다주립대 교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홍 작가는 "경직된 분위기 대신 활기가 대신했고,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며 "최근 들어 10∼20대에서 큰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가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쿠바 카마구에이에 사는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한국 문화 모임(Korea-Cuba, camaguey Toghther. KCT)이다.
방탄소년단(BTS)이나 영화 '기생충' 등에 매료된 대학생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들만 1만 명이 넘는다.
"인상적인 사실은 해외 콘텐츠 유입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한국 문화를 공유하고 확산시킨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나라처럼 조직적으로 결성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끈끈했죠. 1년 동안 월급을 모아 미국 등에서 열린 한국 가수 공연을 보러 가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요.
"
그는 인기의 요인으로 우리 드라마나 노랫말에 공통으로 담긴 성실성이나 열정, 희망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꼽았다.
한국 문화가 쿠바의 젊은 세대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이자 앞으로 나아가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초에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 주인공이 많은 역경을 딛고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되잖아요.
절대 포기하지 않고요.
드라마를 시청하고 나서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라고 꿈꾸는 쿠바 청년들이 많더라고요.
"
그는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K팝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와 춤도 매력적인 요인"이라며 "미국 문화 개방이 완화됐던 1990년대에 마이클 잭슨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 방탄소년단이 그에 버금갈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는 현지 대학생에게 매료된 이유를 묻자 '배려심과 서로 돕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다른 나라 문화에서는 찾기 힘든 장점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공산주의 국가나 야구 잘하는 나라 정도였던 쿠바의 단편적인 이미지가 조금씩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2019년 쿠바를 배경으로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앞서 쿠바를 무대로 삼은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쿠바가 한국과 미수교국이고, 현지 교민도 소수지만 앞으로 가까워질 여지가 많다고 여기는 이유다.
"사실 이제까지 양국 간에 문화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나면 무관심을 넘어서 태평양을 오가며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 믿어요.
"
그는 "그때가 되면 방탄소년단이 쿠바에서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며 "양국 문화를 알리는 데 계속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