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천명 중 일부 구조조정 가능성…협력업체도 도산 위기
이제 복직했는데…또 해고 위기에 놓인 쌍용차 직원들
쌍용차가 또 다시 법원에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2009년 겪었던 정리해고와 협력사 줄도산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가 당장의 채무 상환 위기에서 벗어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할 예정이어서 2009년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유동성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적용도 같이 신청해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간 보류할 계획이다.

이 기간 대출금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자와의 인수 협상도 마무리하면 회생 신청을 철회한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계획대로 회생 신청이 철회되더라도 새로운 투자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조건으로 명시될 수 있다.

아울러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인건비 절감에 나설 수 있어 정리해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09년 해고 이후 기나긴 투쟁 끝에 복직한 노동자를 포함해 5천여명의 직원들이 쌍용차의 '회생절차 취하' 계획에도 고용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2009년 구조조정을 통해 1천7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당시 노조는 공장 점거까지 하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돼 노조를 진압했다.

결국 노사가 그해 8월 정리해고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영업직 전직·분사·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착수한 쌍용차는 2013년 무급휴직자 454명을 복직시키고,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를 복직시킨 바 있다.

2018년 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축하를 보냈지만, 11년만에 돌아온 직원들은 또다시 해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봐야한다"면서 "회사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청이고, 쌍용차도 철회를 생각하고 있어서 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협력사들도 쌍용차의 회생 신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8월 쌍용차 법정관리 후 파업 등으로 인해 납품 의존도가 50%를 넘는 1차 협력사 32개사 중 4곳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5개사가 휴업했다.

주요 2차 협력사 399개 중 19곳이 도산 또는 법정관리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 쌍용차 납품업체는 219곳이며, 이들 업체가 쌍용차에 납품한 금액은 지난해 1조8천억원이었다.

이들 납품업체들은 지난해 현대차에 25조4천억원어치를 납품했으며, 이어 기아차(17조7천억원), 한국GM(3조6천억원)에도 쌍용차보다 많이 납품했다.

2009년처럼 생산 중단이 발생해 협력사들의 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생산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쌍용차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부품 협력사들의 연쇄 충격을 막기 위해 지원반을 가동하고, 정책금융 프로그램 활용 및 대출 만기 연장을 통해 자금난 해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에는 쌍용차에 납품을 의존하는 협력사가 많았지만, 현재는 업체들이 현대차 등에 복수 납품을 하고 있다"며 "물론 상황은 어려워지겠지만, 줄도산 등의 위기까지는 안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