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 10시간 맞교대 격무에도 시간 쪼개 자기계발, 자격증 취득
현대차 차량 도색 공정 골칫거리 이물질 제거 등 신기술 개발
위험물질 관리 등 8천300건 제안…작업환경 개선 30년 기술 공유
"단순 기능 습득 아닌 장인정신 심어야 새 기술 탄생" 후학 조언
[K명장 열전] (24) 주경야독 결실…자동차 도장 최고기술 황희재 명장
"하루 30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10년, 20년 꾸준하게 활용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황희재 명장은 차량에 페인트로 색상을 입히는 도장 분야 전문가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스타렉스와 팰리세이드 외부 표면에 12가지 색깔을 칠하는 작업장이 그가 일하는 곳이다.

도장공장 믹싱룸에서 원액 페인트와 시너를 넣고 희석해 도장하기 적당한 점도를 맞춰 자동분사 장치에 고압으로 공급하는 것이 황 명장의 역할이다.

페인트 제조 회사에서 200ℓ 크기 페인트 원액이 믹싱룸에 입고 되면 시너와 혼합 물질을 교반기에 넣어 도장이 잘되는 최적의 점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페인트가 관리점도 범위에 들어오는지 측정하고 도장 작업실로 페인트를 보냅니다.

이때 유압 펌프, 교반기, 냉동기 등 각종 장비의 작동상태를 수시로 살피면서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K명장 열전] (24) 주경야독 결실…자동차 도장 최고기술 황희재 명장
황 명장은 믹싱룸에 있는 12개 도료 탱크를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평소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페인트를 공급하는 배관 내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도료 덩어리로 막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황 명장은 세정 시너를 주입해 세정력을 극대화해 제거하는 기술을 우리나라 최초로 현장에 적용했다.

품질 향상과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2012년 국가 품질명장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대한민국 명장(화공분야)에 선정돼 최고 숙련 기술인으로 인정받았다.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도장공장에서 고질적인 문제점인 이물질을 걸러주지 못해 발생하는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필터를 개발했다.

현대자동차는 특허 출원 중인 이 기술을 전 공장으로 확대 적용하고 해외 공장에도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K명장 열전] (24) 주경야독 결실…자동차 도장 최고기술 황희재 명장
황 명장은 1966년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 도시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마을에 물건을 팔러 온 삼륜 트럭이 제가 본 최초의 자동차였습니다.

그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하게 됐고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겠다고 꿈을 꾼 것 같습니다.

"
어릴 때 물감으로 색칠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황 명장은 농업고를 졸업했지만 1991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도장공장을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노후 장비와 위험 물질로 가득 찬 도장공장은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

관리 부실로 화재와 각종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황 명장은 고압으로 분사되는 시너를 플라스틱 재질 용기로 옮기다가 정전기로 인한 화재가 생긴 것을 계기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의욕만 앞서다 보니 개선을 잘못해 동료들로부터 눈총도 받고 관리자로부터 질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전문가인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독학도 하면서 작은 것부터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
[K명장 열전] (24) 주경야독 결실…자동차 도장 최고기술 황희재 명장
그는 위험물질 관리기술서, 믹싱룸 작업 지침서, 개선 활동 사례집 등을 발간해 기술을 공유했다.

주간과 야간 10시간씩 맞교대를 하는 업무 특성상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점심때나 퇴근 후 하루 30분만 더 공부하자는 목표로 삼고 30년째 실천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위험 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위험물 기능장, 가스 기능장, 공유압 기능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황 명장이 지금까지 도장작업과 관련해 제안한 개선 건수만 8천300건에 이른다.

개인 제안 활동과 별개로 1998년부터 품질 분임조 활동도 시작해 품질향상과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노력으로 도장 공장은 깨끗한 곳으로 변모했고 도장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사내 모범 공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K명장 열전] (24) 주경야독 결실…자동차 도장 최고기술 황희재 명장
황 명장은 자신이 가진 숙련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2013년 울산테크노파크 전문가로 지원해 중소기업에 기술을 전수했고 울산 에너지고교에서 멘토로 직업교육도 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기능을 배우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장인 정신을 심어야 한다"고 후배 기술자와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