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국 주식시장이 마무리돼간다. 올해 중국은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냈다.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미·중 분쟁, 그리고 홍콩보안법 통과와 미국의 제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정책 대응에 골몰해야 했다. 다만 중국 투자와 관련해 올해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약세를 이어오던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위안화는 연초 대비 5%에 달하는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6.5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첨예한 미·중 분쟁 속에 위안화 7.2위안 붕괴를 걱정했던 상반기와 비교해 본다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올해 위안화 강세는 달러화 약세가 계기를 제공했으나 중국이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기의 ‘V자’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강세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위안화의 부상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새로운 14차 5개년 규획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이며,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과 자본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올해 5월 시진핑 주석은 ‘쌍순환 전략’을 중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1987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해외시장 수출, 투자와 제조에 의존한 경제성장전략을 구사했다. 쌍순환 전략은 14억 명의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첨단제조·자본시장·서비스업의 부족한 부분은 대담한 시장 개방을 통해 성장엔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시 주석은 33년 만에 중국의 성장노선을 변경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야심차게 진행했던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공격적인 성장전략이 미·중 패권전쟁으로 무력화되면서 거대한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자생적 경제구조로 전환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다.위안화의 가치 상승은 쌍순환 전략의 핵심인 내수 붐과 시장 대개방을 지지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위안화 강세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확대시킬 것이고 자본시장 개방 시점에 중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2021년 투자자들은 중국 자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업그레이드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은 선진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나,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크게 낙후돼 있다. 중국 자본시장의 레벨업은 14차 5개년 개발규획 기간에 금융산업의 전면적인 개방과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질 것인데,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외국인의 바이 차이나(Buy China)는 계속될 것이고, 이 지점에서 투자자는 좋은 기회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미·중 패권전쟁의 시대는 중국에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으나 중국이 쌍순환 전략을 수행하면서 내수시장의 견조한 성장과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이뤄낸다면 중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위기는 기회’의 시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미약하고 불편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으나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중국 자본시장에서, 위안화 시대의 투자기회를 엿봐야 한다.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현재 달러당 6.5위안인 환율이 28년 만에 가장 낮은(위안화 강세) 5위안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나홀로’ 경제 회복에 중국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한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면서 위안화 수요가 상당 기간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자금 홍수처럼 유입”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은 내년 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위안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불과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위안화 환율 전망을 6.5위안으로 잡았었다. 류리강 씨티그룹 중국이코노미스트는 “내년까지는 중국의 자산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세를 띨 것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분석했다.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지난 11일 달러당 6.5462위안으로 마감했다. 올해 고점인 5월 27일 달러당 7.1697위안에서 6개월여 만에 8.7%가량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다. 연중 최저점인 지난 7일(6.5295위안)보다는 소폭 상승(위안화 약세)했으나, 향후 환율 하락세(위안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위안화 환율이 6개월 뒤 달러당 6.3위안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6.3위안을 제시했다. 도이체방크, BNP파리바 등도 최근 내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위안대 초반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5위안대로 진입하면 1993년 말 이후 처음 발생하는 사건이다. 당시 고정환율제를 쓰던 중국은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을 위해 1993년 말 달러당 5.8위안이었던 환율을 1994년 1월 2일 8.7위안으로 50%나 평가절하했다. 이후 2014년 초 6.1위안대까지 하락한 적은 있으나 6위안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다. “위안화 강세는 수출에 악재” 지적도중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과 채권 비중을 30% 이상 늘렸다. 외국인은 올 들어 중국 상하이증시에서 906억위안, 선전증시에서 1248억위안 등 총 2154억위안(약 36조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CSI300은 올해 23% 상승했다.위안화 강세 지속의 가장 큰 원동력은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 기대다. 코로나19를 선제적으로 통제한 중국은 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중국의 지난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1%, 수입은 4.5% 늘어나 역대 최대인 75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중국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단계적으로 회수할 계획이다. 기업과 가계 부문의 채무 부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잡겠다는 시도다. 이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 해외 자금이 중국으로 더 많이 유입돼 위안화가 더 뛸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제로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예정이어서 달러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하지만 위안화 강세가 중국 경제 회복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강세로 중국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중국 경제 회복의 열쇠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