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메이저 정복한 국내 '넘사벽' 장타자 김아림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고봉 US여자오픈을 제패한 김아림(25)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넘사벽' 장타자로 통한다.

코스가 좁고 볼이 거의 구르지 않는 국내 코스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날리는 김아림에 대해 웬만큼 장타를 치는 선수라도 '비교 불가'라고 고개를 젓는다.

탄도가 높고 스핀량이 많은 김아림의 아이언샷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런 장타력과 명품 아이언 샷을 지니고도 김아림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동갑인 고진영(24), 김민선(24), 백규정(24)이 훨훨 날아다닐 때 김아림은 2부투어에서 뛰었다.

3년이나 2부투어에서 뛰었던 김아림은 2016년에 KLPGA투어에 데뷔해 올해까지 5년 동안 두 차례 우승을 거뒀지만, 결코 최고 선수는 아니었다.

첫 우승은 데뷔한 지 3년째인 2018년에 처음 우승했고, 지난해 2승을 올린 뒤 올해도 우승 없이 상금랭킹 21위에 머물렀다.

마무리와 위기관리 능력이 장타력만큼 빼어나지 못한 탓이다.

쇼트게임 능력과 퍼트는 김아림의 숙제였다.

그러나 잠재력만큼은 누구나 인정했다.

큰 키(175㎝)와 70㎏이 넘는 당당한 체격, 그리고 체육관에서 강훈련으로 다진 근육은 김아림의 큰 자산이었다.

스스로 '승리욕이 강해서 일부러 달래느라 애쓴다'고 할 만큼 승부사 기질도 강하다.

김아림의 이런 잠재력은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US여자오픈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국 코스는 넓고 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국내 코스보다 한결 긴 US여자오픈 코스에서 김아림은 물 만난 고기였다.

3라운드까지 김아림은 출전 선수 가운데 드라이버샷 비거리 1위(262.5야드) 1위에 올랐다.

다른 대회보다 더 전장이 길고 그린이 빠른 US여자오픈에서 김아림의 장타력과 탄도 높은 아이언샷은 스코어로 이어졌다.

첫날 3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 올랐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주춤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의 원동력 역시 김아림의 장타력이었다.

특히 우승으로 이끈 16∼18번 홀 3연속 버디는 김아림의 장타력이 빛을 발했다.

16번 홀(파3·178야드)은 웬만한 선수는 다 하이브리드를 잡지만 김아림은 5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홀을 직접 겨냥해 1m 거리에 붙였다.

400야드에 육박하는 17번 홀(파4)에서는 8번 아이언, 18번 홀(파4)에서는 48도 웨지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17번 홀에서는 홀 한 뼘 거리에 볼이 떨어졌고, 18번 홀에서는 3m 거리 버디 기회였다.

"핀을 보고 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김아림이 장타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공격적 플레이를 펼칠 수 없었다.

천재 골프 소녀가 아니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온 김아림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활짝 펼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