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정리해고한 사업장에 주어진 우선재고용의무는 과연 언제 발생할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주는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담당하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할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정리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5조의 규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정리해고를 고심하는 기업이라면 눈여겨 봐야 할 판결이다. 내년 이후 경영 여건이 호전될 때 새로 근로자를 채용하자면 우선 정리해고된 근로자부터 재고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근로자 ‘우선재고용’ 시점은?... 대법 판결
지난달 26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 정리해고된 근로자가 이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던 근로자 전모씨는 2010년 6월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 그 후 재단은 생활재활교사를 2010년부터 새로 채용하기 시작했지만 전씨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안 근로자 전씨가 2013년 재단에 재고용을 요청했지만, 재단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재단은 생활재활교사를 추가로 채용했다.

근로자 전씨가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우선재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문제 됐다. 재고용의무 발생 시점에 따라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지급해야할 임금 손해액이 달라진다. 서울고등법원은 근로자 전씨가 사용자에게 재고용을 요청한 2013년 이후에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한 때라고 판결했다.
사업주는 신규채용 앞서 "재고용의사 확인해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고용의무는 전씨가 재고용의사를 사업주에게 밝힌 시점과는 관계없이 신규로 근로자를 채용한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판결했다. 정리해고된 근로자에게 재고용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게 판결 이유다. 이 사건에서 재단은 새로 근로자를 채용하기에 앞서 전씨에게 재고용 의사를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법률원은 판결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선재고용의무가 정리해고된 근로자의 사법상 청구권임은 물론 근로자가 재고용 의사를 표시하여야 발생하는 조건부 권리가 아님을 명시했다“며 “사용자로 하여금 정리해고된 근로자의 재고용 의사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여야 하는 절차적 의무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