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대응으로 신시장 선점…'경제구조 저탄소화' 등 3대 정책방향 설정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인 '탄소중립' 실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 조성에 나선다.

탄소 가격 체계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관련 세제와 부담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손볼 예정이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위해 기후대응기금 조성…세제·부담금도 손본다
◇ 선제 대응해 신시장 선점 기회로
정부는 주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적응적(adaptive) 감축'이 아닌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전략 수립을 통한 '능동적(proactive)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기간이 32년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촉박한 점, 제조업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등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 이행은 기업과 국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제 대응으로 산업구조 저탄소화에 나서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경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탄소 중립의 3대 정책 방향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미래모빌리티로 전환, 도시·국토 저탄소화, 신유망 산업 육성,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 등이 10대 중점 과제다.

◇ 기후대응기금 조성…탄소 가격 체계 재구축
정부는 수입·지출 등 재정의 운영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 친화적 재정 제도 개선에 나선다.

우선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새로 조성한다.

관련 부처가 비슷한 성격의 기존 특별회계와 기금의 통폐합 협의를 우선 추진하고 기금의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며 운용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 용역 등을 통해 탄소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세제와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소 가격 체계도 재구축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사업이 탄소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예산서와 결산서에 담도록 하는 탄소인지예산제도 등 탄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재정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추가 확보된 재원은 탄소중립에 투자하거나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산업과 지역, 노동자 지원 등에 지출하는 비중을 확대한다.

내년부터 탄소 중립 관련 예산과 세제 지원도 강화된다.

앞서 내년 예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 지원, 탄소 저감기술 개발 등 관련 사업 예산은 3천억원 가량 증액됐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 활동에 세제 혜택을 줘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배출 감축 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2050년 탄소중립위해 기후대응기금 조성…세제·부담금도 손본다
◇ 녹색금융 자금지원 13%로 확대…R&D 집중 지원
정부는 녹색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도 늘린다.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자금지원 비중을 현재 6.5%에서 2030년 두 배인 약 13%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마중물로 핵심 기관들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 시중자금의 녹색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들의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들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등 녹색분야 전환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활용한다.

전환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부실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기업구조혁신펀드 확대를 통해 구조조정도 지원한다.

녹색금융의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녹색 분류체계(taxonomy)를 마련하고,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가 폭넓게 공개되도록 공시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에너지효율 등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CCUS 기술의 경우 2030년 산업계 적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상용화 기술, 차세대 원천기술의 단계별 개발 로드맵을 수립한다.

핵심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의 방향성과 성과 등은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산하 '탄소중립 R&D 특위'를 통해 관리하게 된다.

정부는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기후변화 선도국과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현재 6.4%인 우리나라 그린뉴딜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평균인 22.7%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로드맵도 수립한다.

또 대통령 직속의 민관 합동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정책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