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끝난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통상 대선이 끝나고 2~3일 뒤면 관련 소식을 전하던 예전 과 다른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도 대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3일 미국 대선 이후 한 달여간 아무런 관련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 매체들은 물론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외선전용 매체들도 침묵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8일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음에도 3주가 넘게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에는 당선 결과 확정 이틀 만에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물리쳤다’는 표현을 통해 내심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바랐던 속내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4년 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한 2012년에는 당선 확정 사흘 만에 논평 없이 사실만 전달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북한 매체는 이틀 만에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노선을 의식한 듯 당선인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그러한 보도도 없었다. 김정은이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달갑지 않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던 만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북한 입장에서는 악재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하게 대선 결과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에도 대선이 끝난지 11일이 돼서야 “미국에서 지난 7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연방대법원 판결로 부시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나흘 뒤에 결과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이전에 기습 도발이나 대외 메시지를 통해 미·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이 정치 일선에 복귀한 것도 북한의 고심이 끝나고 대미(對美) 전략을 수립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내년 1월 당 대회를 기점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침묵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6일 바이든 당선인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 중국의 움직임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상 차원의 축전을 보내지 않은 국가로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이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