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김경환 박사 "외부 스핀 공급 없이 전류로 자체 스핀 방향 바꾸는 나노자석 원리 제시"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는 '스핀 메모리 소자'의 구조를 기존 방식보다 단순화하고 전력 소모를 최대 60%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작동이론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4일 스핀융합연구단 김경환 박사팀이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스핀 메모리 소자에서 정보가 기록되는 강자성층에 외부에서 스핀을 주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강자성층에 전류를 직접 공급해 자체 스핀 방향을 바꾸는 새 작동원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 최신호에 게재됐다.

기존 메모리 소자는 램(RAM)같이 빠르게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는 휘발성 메모리와 하드디스크처럼 전력을 차단해도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나뉜다.

최근 이들의 장점을 결합해 속도가 빠르고 전력을 차단해도 정보가 유지되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스핀 메모리 소자는 아주 작은 나노 자석의 N극과 S극 방향으로 0과 1의 정보를 저장하는 소자로 전력이 차단돼도 N극과 S극 방향이 유지돼 하드디스크 등에 응용된다.

이 나노 자석의 N극과 S극 방향을 빠르고 쉽게 제어하는 게 상용화 여부의 관건이 된다.

스핀은 더는 자를 수 없는 자석의 기본 단위로 같은 N극과 S극 방향을 갖는 무수히 많은 스핀이 한데 모여 하나의 자석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외부에서 나노 자석에 많은 스핀을 주입하면 나노 자석의 N극과 S극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스핀 메모리 소자는 비자성 금속층에 전류를 흘려 스핀을 생성한 뒤 이를 정보가 저장되는 강자성체에 주입해 나노 자석의 N극과 S극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스핀을 생성하고 이를 주입하는 효율이 높지 않아 전력 소모가 커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나노 자석에 전류를 걸면 내부에 스핀이 형성되는 것에 주목하고, 이론 연구를 통해 형성된 내부 스핀의 방향이 바뀌는 현상을 기술하는 스핀 확산 방정식을 개발, 스핀 메모리 소자에 활용할 수 있는 새 이론 체계를 확립했다.

새 이론에 따르면 전류에 의해 강자성체 내부 나노 자석에 형성된 스핀은 외부로 발산될 때 외부에서 주입해주던 스핀과 부호만 반대이고 나머지 효과는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강자성체에 직접 전류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외부 스핀 주입 없이도 나노 자석 스스로 N극과 S극 방향을 제어할 수 있고 기존 스핀 소자보다 전력 소모를 최대 60%가량 줄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이론을 활용하면 외부에서 스핀을 주입하기 위해 필요했던 비자성 금속층과 전류 공급 장치 등이 필요 없게 돼 간단한 구조의 스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김경환 박사는 "이 연구는 자성체 내 스핀 전도 현상에 대한 학술적 기초를 제공하고 새 작동원리로 차세대 스핀 소자 구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력 소모, 생산 수율 등의 최적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새 이론을 실제 소자로 구현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