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사용 중 발열로 화재 위험↑…인증절차·쿨링시스템 부족"

다음 달 규제 완화 시행을 앞두고 전동킥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동킥보드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실체적으로 규명한 논문이 나왔다.

경기 구리소방서 소속 강경석(책임저자)·최재원 화재 조사관은 최근 '압력 셀을 활용한 전동킥보드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의 화재위험성 분석 기법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직 소방서 화재 조사관인 이들은 전동 킥보드 관련 화재가 발생하면 원인 조사의 결과가 명확하지 못한 현실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강 조사관은 22일 "전동킥보드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성상 불이 나면 내부 주요 구성물이 녹아 없어져 정확한 발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원인미상'이나 '배터리 불량 추정' 정도의 결론만 나올 뿐 과학적으로 어떤 구조적 취약성이 있는지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구성물 중 양극재에 주목했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 성능을 결정한다.

전기차나 전동킥보드 등 고출력 성능이 필요한 배터리에는 니켈(Ni) 함량이 높은 양극재를 사용한다.

니켈이 많이 들어갈수록 배터리 용량을 올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열 안전성이 떨어져 안전성 확보를 위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이를 담보하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강 조사관 등이 시중에 유통되는 전동킥보드 배터리를 실험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 니켈 고함량 양극재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나 열 안전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관들은 사용 중 혹은 충전 중 발열 상황을 가정하고 실험해 가스 발생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을 포착했다.

강 조사관은 "압력 셀(압력을 전기 저항으로 바꾸는 장치)로 가스 발생량을 측정해 배터리 발열과 화재 위험성과의 경향성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라고 설명했다.

연구 과정에서 시중의 전동킥보드 배터리는 대다수 신뢰성과 인증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배터리 발열 시 온도를 낮춰줄 쿨링(cooling) 장치를 갖춘 전동 킥보드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전동킥보드에서 충전 중 불이 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에서 불이나 다세대 주택 1층이 거의 다 불에 탔다.

지난해 5월에는 전동킥보드로 인한 화재로 서울 이문동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던 한국외대 우즈베크 유학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불이 난 주택 주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펑' 소리가 나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조사관은 "전동 킥보드 배터리를 전수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규명한 것이 성과"라며 "앞으로 전동킥보드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배터리에 대한 엄격한 인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논문은 올해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가 개최한 '경기북부 화재조사 학술 논문 발표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에 선정됐다.

/연합뉴스